"세상에! 여기도 인파가 몰려"… 이재명 뜨자 험지 경북도 '들썩'
경북서 1박2일로 '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 진행
경북=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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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의 전통적 험지인 경북을 찾았다. 수십 년 동안 보수정당의 아성으로 불려온 이 지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골목골목 경청 투어'의 세 번째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바닥 민심에 귀 기울이며, 선물 공세나 시민들의 돌발 발언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는 재치 있게 대응해 지켜보던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후보는 9일 경주를 시작으로 영천, 김천, 칠곡, 성주, 고령 등 '영남 신라벨트'를 훑으며 "이번엔 색깔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충직하고 유능한 머슴을 뽑아달라"고 외쳤다.
공식 선거운동을 사흘 앞두고 진행된 이번 투어는 사실상 이 후보의 마지막 비공식 유세였다. 그는 앞서 1차로 접경지역과 강원 영동권, 2차로 경기 남부·충청·전북을 돌며 민심과 직접 마주하는 '경청 정치'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경찰과 경호 인력은 인근 상가 주변에 '인간 띠'를 형성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최근 이 후보를 향한 신변 위협 제보가 잇따르면서 시민과의 직접 접촉도 제한됐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경호원 사이로 손을 내밀며 악수하고 사진 요청에도 일일이 응하는 등 시민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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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일정은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예정된 경주에서 시작됐다. 경주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70.9%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등장한 경주 용강동 상가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산과 우비를 쓴 시민들은 이 후보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을 외쳤고 이 후보의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들고 달려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세상에, 여기도 인파가 몰리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주 시민 여러분께서 경주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새로운 나라, 희망 넘치는 나라, 국민이 주인으로 존중받는 나라, 오롯이 국민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 분위기는 예상 밖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용강동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에 가입했다"며 "젊은 층 사이에 이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문구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이 후보를 만나 편지를 전하며 "요즘 장사가 어려워 먹고살기 힘들지만 이 후보 덕에 희망이 생긴다. 오늘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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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칠곡군 석적읍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많은 시민이 우비를 입고 이 후보의 도착을 기다렸다. "대표님, 악수 한 번만 해주세요"라는 시민의 외침에 경호원이 제지하자, 이 후보는 "부끄러워서요"라며 재치 있게 받아쳤고 "그럼 뽀뽀해요!"라는 농담에 현장은 한바탕 웃음으로 물들었다.
칠곡군 왜관읍에 사는 40대 여성은 "요즘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대구·경북 출신인데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꽤 늘었다"며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후보 사건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걸 보고 정치혐오 대신 반감이 생겼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 경북도당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누적 입당자는 1000명을 넘겼다. 이는 평소 대비 10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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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칠곡군 방문 일정 말미에는 단상에 올라 구 여권을 겨냥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금 환기했다. 그는 "우리는 왕을 뽑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할 머슴을 뽑는 것"이라며 "머슴을 잘 부려야 살림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머슴이 도둑질을 하고 주인에게 달려들고 주인의 안방을 차지하려 하면 내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머슴의 제1조건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색깔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도 아니다"라며 "진짜 중요한 건 충직한지, 유능한지 여부다.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어야 우리 아이들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색깔 같은 거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진짜 일할 사람을 뽑아 오는 6월3일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자"며 "나라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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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