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사진=뉴스1


최근 SK텔레콤이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마케팅 공세를 자제하며 통신업계 차원에서 위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경쟁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지 않는 선의의 결정이지만 이번 해킹 사태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19일 오후 11시경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일부가 유출되는 정황을 발견했고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및 민관합동조사단이 정확한 유출 원인, 규모, 항목 등을 조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400만명에 달하는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를 시행하며 보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T월드 매장에서 지난 5일부터 신규 모집을 중단했다. 유심 재고가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정부 역시 SK텔레콤에 유심 부족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도록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다음달까지 1000만장 규모의 유심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물량이 나올 때마다 고객에게 교체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대상자 전원이 가입을 마친 상태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의 위기를 틈타 사태 초기 일부 KT 및 LG유플러스 대리점과 판매점에선 SK텔레콤 해킹 사건을 거론하며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마케팅이 성행했다. 'SK해킹'이라는 대형 입간판을 대놓고 광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차비폰'(일정 조건 아래 스마트폰을 공짜로 받고 현금까지 제공한다는 의미의 은어)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유심 재고 부족으로 교체난에 시달리는 SK텔레콤의 상황을 이용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통신 3사 간 밥그릇 뺏기 싸움이 성행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일부 유통망들의 과도한 마케팅 홍보가 이어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는 자사 유통매장에게 자제해달라고 주의를 줬다. 통신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고 이번 사태를 업계 공통의 과제로 인식한 조치였다. SK텔레콤이 만약 번호이동 고객에 대해 위약금 면제나 추가 보상을 단행하게 될 경우 KT와 LG유플러스 역시 후일 유사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유영상 대표는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위약금이) 최소 10만원 이상으로 250만명이 이탈한다면 최소 2500억원이 든다"고 했다. "한 달 기준 최대 500만명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경우 위약금과 매출까지 고려하면 3년간 7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결과는 각사 모두에게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사태 확산을 최소화하고 업계 차원의 공조를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유사한 사이버 공격이 타 통신사에도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SK텔레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통신 산업 전반의 보안 신뢰를 시험하는 사건"이라며 "일시적인 고객 확보보다 산업 전반의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