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진 고대안암병원 연구간호사(30)는 진성성을 갖고 실행력을 갖춘 대통령을 원한다. 사진은 9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채씨. /사진=유찬우 기자


"비교적 큰 병원은 간호사 수가 환자에 비해 모자라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고령의 환자들과 의료진으로 북적거렸다. 채은진씨(30)는 이곳 종양내과 연구간호사로 지난해 1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채씨의 일과는 오전 7시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샤워를 마친 뒤 출근 준비를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한 뒤 오전 9시 본격적으로 업무를 본다.


오전에는 병동 내 사무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과 관련한 환자 상태 등을 확인한다. 또 환자 방문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일정에 맞춰 채혈, 검체, 경과 내역 발송, 검사 안내 등을 진행한 뒤 의료진과 함께 진료에 참여한다. 이후 향후 항암검사 및 방문 일정 계획을 점심시간 전에 마친다.

병원 내 직원 식당에서 짧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여러 서류 정리 및 환자 데이터 분석을 이어간다. 연구간호사로서 임상시험 관련한 행정 연구도 놓치지 않는다.


채씨는 "보통 퇴근은 오후 5시에 하지만 바쁠 때가 자주 있다"며 "야근을 해야 할 때는 오후 밤 8시까지 근무한다"고 전했다. 이어 "2주에 한 번은 교수님과 연구간호사 간 미팅을 갖고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고대안암병원 마스코트 '호의랑'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채씨. /사진=유찬우 기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채씨는 최근 의료진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고민이 깊다.

채씨는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다 보면 특히 큰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무뚝뚝하거나 예민한 경우가 많다"며 "환자 및 보호자뿐만 아니라 간호사인 저도 상처받을 때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너무 바쁘고 돌발상황이 생기다 보니 긴장을 놓을 수 없어 생기는 현상 같다"며 "일하는 환경이 서비스 품질 악화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동에 상주하는 간호사 한 명당 담당 환자 수가 평균 10~15명 정도"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 몇몇 국가에서는 간호법이 제정돼 간호사 한 명당 담당 환자 수가 평균 5명 내외다. 한국은 간호법 대선 의료법 안에 간호사의 의무 등을 명시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채씨는 "사실 간호법 제정 논의는 국내에서 꽤 오랜 시간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간호사를 더 채용하면 돈이 더 들기 때문에 간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 관계자는 이를 반대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혐오' 만연한 사회… "다음 대통령, 진정성 가져야"

채씨가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모습은 진정성과 실행력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 사회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는 혐오·갈라치기를 꼽았다.

채씨는 "직종, 성별,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혐오 및 갈라치기 문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며 "국가는 급격히 발전했지만 이 속도를 아직 국민들이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또 "병동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며 "가령 고령 환자가 젊은 의료진에게 반말하거나 표현을 거칠게 하면서 갈등을 빚는 경우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 대한 걱정도 있다. 최근 병원 내에서도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해 설치되고 있는 키오스크 및 태블릿이 되레 역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채씨는 "젊은 분들은 이를 반기지만 고령 환자 및 보호자들에겐 키오스크나 태블릿 사용이 어렵다"며 "동의서를 작성하는 등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어 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6·3 조기 대선을 통해 당선될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진정성과 실행력'이다.

채씨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거나 민생을 돌보는 행보를 잘 보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다음 대통령은 정치적 갈등보다는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보다 집중했으면 한다"며 "거창한 말만 잘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서민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추진할 때도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자주 만나 사각지대를 좁혀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대통령으로서의 깊은 고민과 활발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