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유협회가 20일 '석유산업 현황 및 업계 현안 이해 제고'를 주제로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업계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정연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내수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하지만 정부의 지원 대상에는 늘 뒷전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유가 하락과 수요 둔화 등으로 영업적자를 보는데도 여전히 높은 기름값으로 고수익을 올린다는 오해에도 시달리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정부의 임시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중유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시름하고 있다.


20일 대한석유협회는 '석유산업 현황 및 업계 현안 이해 제고'를 주제로 연 설명회에서 업계 불황을 맞은 정유업계의 현주소를 짚는 동시에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2007년부터 지금껏 18년간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6%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최근 6년간은 순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며 "OPEC+의 생산 증대 속 공급과잉 우려는 커지는 한편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들면서 정유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석유 소비·수출이 모두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정유업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며 "이같은 산업이 업황난을 겪는데도 오래전 영업이익이 높은 편이었단 이유로 정부 지원이나 배려에서 제외된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 기업들의 단위 정제설비당 정제 능력은 565만배럴로 세계 1위, 하루 석유 소비량은 279만7000배럴로 세계 7위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실장은 "우리나라가 한해 소비하는 석유 물량으로 63빌딩 399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64개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역시 활발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정유업계는 호주·미국 및 중동 등 세계 67개국에 석유 제품을 수출하면서 원유수입금액의 약 60%를 수출로 회수했다. 조 실장은 "석유산업은 국가 수출의 7.4%를 차지하는 영향력 있는 분야"라면서 "비산유국인 걸 고려하면 상당한 수입·수출 규모"라고 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유산업의 회복을 위해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의 합리적 개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임투제) 대기업 적용 ▲국내 생산 LPG 역차별 해소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조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무역장벽이 경기 위축·석유 수요 둔화로 이어져 정유업계의 수출감소와 마진 악화 등으로 이어졌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소세 부과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정유사는 정제마진 악화 시 원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중유를 정제 원료로 사용하는데, 해당 과정에서 원료용으로 사용되는 중유에 ℓ당 17원의 개소세가 부과된다. 통상 개별소비세는 최종 소비과정에 부과되는 것이어서 누구나 의아해 한다.

조 실장은 "세계 주요 66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석유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에 개소세를 부과한다"며 "이러한 과세는 내수용 비과세 제품에 대한 원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임투제 대상에서 대기업을 빼고 중견기업, 중소기업에만 적용한 것에도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진다. 임투제란 정부가 기업 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조 실장은 "임투제에서 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대외신인도 및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기존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 훼손된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세액공제 대상에서도 빠지게 되면 업계에서는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SAF 등의 사업을 위해선 1조원 이상의 투자액이 필요한데, 현재처럼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의 추가 투자는 쉽지 않다"며 "정유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