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에 해명…" 말 많은 이재명의 '호텔경제학' 뭐길래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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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꺼낸 '호텔경제학' 비유가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 후보가 GDP(국내총생산) 중심의 경제정책과 실물 경제 간의 괴리를 표현하기 위해 인용한 해당 표현이 통계나 실증에 기반한 학술 이론이라기보다 이념적 풍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은 지난 5월 23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2차 TV 토론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쟁의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 후보가 인용한 '호텔경제학'의 출처와 개념적 성격을 집중 추궁했고 이 후보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후보가 말한 '호텔경제학'은 독일 공산당 기관지 'Unsere Zeit'의 전 편집장인 루카스 자이제(Lucas Zeise)가 쓴 칼럼 제목이자 비유적 표현이다. 해당 칼럼은 "호텔에서 청소하던 사람이 죽으면 GDP가 올라간다"는 표현으로 GDP 지표의 한계를 풍자적으로 드러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발생한 재화·서비스의 총 가치를 수치로 계산한다. 의료비, 장례비, 언론 보도, 추모 물품 소비 등 '경제적 지출'이 수반되면 그 원인이 비극이든 아니든 GDP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잡힌다. 즉 실질적 손실이거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조차도 금전 거래가 발생하면 경제성장으로 집계되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즉 GDP가 반드시 '바람직한 성장'만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비판은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이 발표한 'Beyond GDP' 보고서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보고서는 GDP가 국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복지나 지속가능성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GDP는 양적 경제활동은 집계하되 그 질적 측면이나 사회적 손실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성장 지표로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후보가 해당 표현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결여된 상태로 공식 토론장에서 인용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측은 해당 표현이 경제의 순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였다는 입장으로 같은 돈이 여러 거래를 거치며 실질 경제에 활력을 주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였다는 해명이다. 이 후보의 설명 취지와 달리 정책 메시지보다 출처를 비롯한 정치적 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아울러 자이제는 최근 좌파성향 매체인 Junge Welt의 칼럼에서 "방위산업으로의 자원 집중은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 징후이자 재앙의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장과 안보 모두를 정책 화두로 삼는 현실 정치와 괴리된 시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인물을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인용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정책의 정합성과 설득력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 측은 "GDP와 체감 현실 간 괴리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일 뿐 출처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선이라는 검증의 장에서 '누구의 말을, 왜 인용했느냐'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표현 선택의 실수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준석 후보는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의 이론을 국민에게 가르치려 드느냐"며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걸 들고나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자이제의 이념적 배경과 학문적 신뢰도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의 정책 설계 역량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이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지적하며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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