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을 위해 피부과를 찾는 2030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성형외과의 모습. /사진 = 이수빈 기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한 피부과에서 시술을 마치고 나온 인천 거주 여대생 이모씨(24)의 턱에는 멍이 가득했다. 음압을 이용해 지방을 제거하고 탄력을 강화하는 피부과 시술인 인모드를 받아 생긴 멍이다. 시술을 위해 이씨는 매달 한 번, 왕복 4시간의 이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씨는 정기적으로 받는 시술에 대해 "저속 노화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보톡스나 시술은 다들 하는 것"이라며 "젊을 때부터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피부과에 다닌다"고 덧붙였다.

이씨처럼 피부과 시술을 받는 청년이 늘고 있다. 각종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의 시술 후기를 공유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후기들의 대부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프리미엄 리프팅 시술인 울쎄라와 지방세포를 제거하는 인모드에 대한 내용이다. 두 시술 모두 안티에이징을 목적으로 처진 살을 끌어올려 주는 '리프팅'이 주요 기능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권유하는 병원들

3시간에 걸쳐 기자가 직접 시술 상담을 받아 보았다. 사진은 상담을 나누며 병원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설명받은 모습. /사진 = 이수빈 기자


2030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피부과 시술의 유행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직접 강남구에 위치한 피부과 3곳을 찾았다. 시술 상담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달 말 온라인 앱을 통해 상담을 예약했다. 기자는 지금까지 미용 목적으로 피부과 시술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24세 여성이다.


첫 번째로 찾은 피부과는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곳이었다. 병원을 방문해 준비된 태블릿을 통해 몇 가지 사전 질문에 체크했다. 이어 해당 피부과 실장과 상담을 진행했다. 시술 연령이 어려지는 현상에 대해 상담 실장 A씨(30대·여)는 "24세는 이른 나이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A씨는 "20세 때부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20대 중반부터 노화가 시작되니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상담을 통해 심부볼, 팔자주름, 건조한 피부, 홍조가 문제라고 언급하며 기자에게 울쎄라 300샷과 리쥬란힐러(피부재생 촉진 시술), 그리고 써마지(고주파열로 콜라겐 생성을 도와주는 시술)를 추천했다. A씨는 "이러한 시술을 주기적으로 받는다면 얼굴선이 매끈해져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신논현역 인근 피부과였다. 내부에는 앞서 방문한 병원과는 다르게 중국어와 일본어로 된 광고가 송출되고 있었다. 기자는 대기실 한쪽에서 3명의 중국인과 차례를 기다렸다. 상담 실장 B씨(40대·여)는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많이 온다"며 "보호자 동의서만 있으면 학생들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부작용이나 내성을 걱정하는 기자에게 "어린 나이에 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수술과 달리 시술은 내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병원은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성형외과였다. 이곳 대기실에선 비교적 젊은 남성 고객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모씨(27)는 "건조한 피부가 고민이라 물광주사를 맞으러 왔다"며 "동성 친구들도 관리를 위해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해당 성형외과 상담 실장 C씨(30대·여)는 기자의 나이가 어려 울쎄라 시술은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슷한 시술이지만 비교적 저렴한 슈링크를 권했다.

시술 목적으로 피부과 찾는 고등학생도 늘어

안티에이징에 관심을 갖는 미성년자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고등학생이 미용 관련 커뮤니티에 리프팅 시술에 대해 묻고 있는 모습. /사진=관련 커뮤니티 캡처


오후 2시부터 진행한 상담은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났다. 물론 시술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3곳의 병원을 다니며 총 3시간에 달하는 상담을 받은 결과 기자의 나이가 어리지 않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상담 이후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모공을 자세히 보는 시간도 늘었다. SNS 알고리즘도 빠르게 반응했다. 며칠 새 기자의 피드에 피부과 시술 후기 콘텐츠가 쏟아졌다.

피부과를 찾는 2030은 시술의 유행 원인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SNS 후기를 꼽았다. 정기적으로 시술을 받는 직장인 박모씨(25·여)는 "가끔 얼굴을 보면 시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며 "3만원 정도의 시술을 받으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어려지는 추세다. 작년 미국미용성형외과학회(ASAPS) 보고서에 따르면 18~24세에 보톡스를 경험한 비율은 최근 5년 동안 30% 이상 증가했다. 시술 관련 앱에는 10대들의 질문과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안티에이징, 시술, 보톡스 등과 같은 콘텐츠는 외모지상주의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판과 달리 저속노화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