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주봉 감독


(진천=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일본 대표팀을 20년 동안 이끌다 드디어 한국 배드민턴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전설' 박주봉 감독이 '안방'에서 첫 훈련을 진행하면서 선수들에게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박 감독은 "프로면 프로답게, 대표 선수라면 대표 선수답게 철저히 준비하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봉 감독은 17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대표팀 소집 이틀 째 훈련을 지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진천에서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들어오자마자 태극기가 보이는데 감회가 새롭더라"면서 "환경도 좋고 선수들 자세도 좋다. 의욕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4월 신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박주봉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박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 공개모집에 지원했고, 면접 결과 적임자로 낙점됐다.


박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 등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는 2004년부터 20년간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한국 배드민턴계로 되돌아왔다.


박주봉 감독은 "4월에 부임한 뒤 국제대회만 다녔다. 선수들과 진천에서 소집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어제가 소집 첫날이었는데 새벽 훈련부터 실시했다. 좀 힘들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선수들도 나도 첫 만남이라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박주봉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첫 단추이기에 박주봉 감독은 '기본'과 '자세'와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내일까지 사흘 동안 강행군 하면 선수들이 더 피곤하다고 말할 것 같다"면서 "이 정도의 훈련으로 힘들다고 한다면 그만큼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견례 자리에서 앞으로 소집 전 각자 소속팀에서 몸을 만들어오라고 했다. 그런 준비는 덜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자마자 군기를 잡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런 기본적이고 작은 노력이 합쳐져 결국 레벨이 달라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박 감독은 "최근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안세영 선수 그리고 남자 복식의 서승재-김원호 선수가 우승했지만 두 메달 모두 천신만고 끝에 따낸 것이다. 큰 성과를 이뤘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는 종이 한 장"이라면서 "톱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이겨내야 한다. 훈련은 기본이고 먹는 것, 쉬는 것, 부상 관리까지, 스스로 프로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주문했다.

훈련장 태극기만 보고도 가슴이 뭉클해질 만큼 스스로도 바라왔던 대표팀 지휘봉이기에 박주봉 감독은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내년 아시안게임 등 눈에 보이는 것 말고도 한국 배드민턴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그는 깨달았다.


박주봉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세를 강조했다. 프로면 프로다운, 대표선수라면 대표선수다운 준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은 "팀에 들어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에이스와 뒤를 받치는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크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배드민턴 강국들에 비하면 선수층이 너무 얇다"면서 "안세영을 비롯해 현재 에이스를 중심으로 대회를 꾸려나가겠으나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잡기는 힘든 토끼지만, 그는 그것이 대표팀 감독의 역할이라고 했다.

박주봉 감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보유한 톱클래스 선수가 그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소 뒤처진 선수들의 기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한다"면서 "대표팀은 개인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전체도 함께 생각해야한다"는 말로 현재와 미래를 함께 도모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의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의식을 변화시키고 목표를 보다 확실하게 잡고 선수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면서 "기본은 역시 '몸 만들기'다. 선수들에게 여러 번 강조하겠지만, 부디 각자 소속팀에서 몸을 잘 만들어서 대표팀에 들어오길 간절히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