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가 포항공대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야누스 나노입자' 특허를 획득했다. 사진은 기술 개발을 주도한 임현주 코스맥스 R&I센터 선케어 랩장. /사진=코스맥스


물과 기름을 결합하는 계면활성제는 화장품 제작의 필수 성분이지만 특유의 끈적임과 피부 자극 탓에 업계의 오랜 과제로 꼽혀왔다. 코스맥스가 최근 이 공식을 깨뜨릴 혁신 기술인 '야누스 나노입자' 기반의 자외선 차단 소재를 개발했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임현주 코스맥스 R&I센터 선케어 랩장은 해당 기술이 뷰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을 예고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는 지난 1일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는 신개념 자외선 차단 소재 야누스 나노입자 특허를 획득했다. 포항공대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기존 자외선 차단제의 물리적 한계를 개선한 혁신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는 자외선 차단 성분인 이산화티타늄(TiO2) 입자 표면에 여러 개의 실리카(SiO2) 막대를 스파이크(Spike) 형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입자 표면의 스파이크 구조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얽히면서, 물과 기름 성분을 섞기 위해 필수적이었던 화학적 계면활성제 없이도 제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원리다.


임 랩장은 신기술의 상용화 범위에 대해 "아직 대량생산 전이라 구체적인 비용 차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국내 선케어 시장이 요구하는 높은 차단 지수(SPF50+, PA4+)와 스킨케어와 같은 사용감, 낮은 백탁 현상 등을 구현할 수 있다면 럭셔리 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매스, 매스티지 등 다양한 시장 카테고리에 맞춰 제품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기술의 특성상 현재로서는 선크림, 선로션, 선에센스 제형을 기반으로 무기 자외선 차단제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적 계면활성제가 배제된 만큼, 적용 가능한 소비자층의 확대도 예상된다. 피부 자극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임산부나 영유아, 청소년 등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코스맥스의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지속적인 R&D 투자에 기반한다. 최근 5년간 전체 특허 출원(580여건) 중 10%가 넘는 60여건이 자외선 차단 기술에 집중됐다. 선케어 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선케어 시장은 2024년 약 145억달러(약 20조원) 규모에서 2032년에는 226억달러(약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 랩장은 코스맥스의 R&D 전략을 '제형 차별화'와 '품질 신뢰도 확보'라는 두가지 축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외선 차단제는 정부 고시 원료만 사용해야 하므로 제형 차별화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된 제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연구는 물론, 오픈 R&I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2024년 포항공대와 UV 혁신센터(UIC)를 설립해 새로운 자외선차단제 기술확보에 매진하는 한편 자외선 차단 지수의 공신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임상기관인 유로핀즈와 MOU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코스맥스는 미국 FDA 규정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OTC(일반의약품)랩을 신설해 글로벌 품질 검증 체계도 강화했다.

임 랩장은 "야누스 나노 기술의 핵심이 계면활성제 대체제이기 때문에 사용량이 정해져 있지만 추후 자외선 차단제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을 검토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