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마주 앉은 손민수·임윤찬…120분간 오간 격정과 고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공연 리뷰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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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사제(師弟) 피아니스트 손민수(49)·임윤찬(21)의 듀오 리사이틀은 격정과 고요, 비애와 환희를 거침없이 넘나든 무대였다. 두 피아니스트는 120분 동안 부드러운 미풍처럼 속삭이다가도, 어느 순간 폭풍우 몰아치는 격랑 속으로 관객을 휘몰아 넣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이날 공연에서 총 세 곡을 연주했다. 첫 곡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였다. 브람스 특유의 치밀한 구조와 낭만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대작. 서로를 조용히 응시하며 시작된 연주에서 제자는 폭발적인 타건으로 감정의 파고를 일으켰고, 스승은 잔잔한 울림으로 응답하며 하모니를 이뤘다. 3악장 스케르초를 마친 뒤 임윤찬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두 번째 곡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이었다. 라흐마니노프가 말년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손민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 곡은 죽음, 믿음, 초월 등 모든 감정이 춤으로 고조돼 있는데, 윤찬이와 저 모두에게 마음 깊숙이 남아 있던 음악"이라고 전했다. 오랜 시간 두 음악가의 마음속에 자리해 온 작품인 만큼, 이날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정밀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두 피아니스트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바르톡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인 이하느리(19)가 편곡한 피아노 듀오 버전이었다. 편곡은 지난해 임윤찬의 의뢰로 시작됐다. 두 사람은 예원학교 선후배로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지영 음악 칼럼니스트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 만큼 피아노를 위해 쓴 편곡이 없지 않지만, 피아노만의 특징과 가능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면서 "이하느리는 복잡다단한 화성과 리듬, 건반을 폭넓게 활용한 기법, 극적인 효과를 한층 극대화한 구성"으로 편곡했다고 호평했다.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도 손민수와 임윤찬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곡이다. 손민수의 스승 러셀 셔먼이 무척 애정했던 작품이자, 임윤찬은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오페라의 연주를 듣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 곡이기도 하다. 각별한 의미를 공유한 만큼, 두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더욱 밀도 높은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임윤찬은 이 곡을 연주하며 유달리 즐겁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나자, 관객은 기립박수로 사제의 '합동 연주회'에 뜨겁게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앙코르곡으로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퀵 왈츠'(Quick Waltz)를 선보이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손민수&임윤찬 듀오 리사이틀'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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