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 제3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주주서한을 보냈다. /사진=롯데렌탈


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주주 서한을 보냈다. 두 차례 비공개 대화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사외이사 설득에 나선 것이다.


16일 VIP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별결의 지분율을 어피니티에 고가로 넘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롯데렌탈은 대주주 지분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어피니티에 주식을 팔았다. 어피니티는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를 당시 주가 2.6배인 7만7115원에 매수하면서 2만9180원에 발행하는 신주를 추가 매수했다. 여기에 롯데렌탈 지분 4%를 지닌 VIP운용이 유상증자를 철회하거나 공모가 5만9000원 이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동을 건 상황이다.


VIP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는 경영권 매각과 연계된 패키지딜"이라고 강조했다. 대주주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여 조 단위 차익을 준 대신 새 주식을 싼값에 매수했는데, 이 과정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설명이다.

VIP운용은 "어피니티가 불과 수개월 전 동일한 방식으로 락앤락 소액 주주를 강제 축출한 전례가 있어 롯데렌탈 소액주주에게도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며 "락앤락 상장폐지 때도 어피니티는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실패하자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청산 가치 75%에도 못 미치는 주당 8750원에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 회수했다"고 했다. 어피니티가 원하는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 상장 폐지하려다가 소액주주 반대에 부딪히자 지분율을 무기로 강제 상장 폐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롯데렌탈 관련 딜이 완성되면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이사회 특별결의를 단독 추진할 수 있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소액주주 축출과 상장 폐지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VIP운용은 "유상증자가 대주주 변경에 따른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롯데렌탈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1000억원 회사채 발행에 6600억원 넘는 수요가 몰린 만큼 필요 자금을 회사채로 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인수할 때도 롯데렌탈보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유상증자가 아닌 채권 발행을 택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VIP운용은 "신주발행 시 10% 할인이 가능했는데 시가로 발행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이사들이 배임 등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롯데렌탈 이사들을 향해 "이번 유상증자가 그대로 강행되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주주와 시장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존재 이유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회사 독립성과 전체 주주 권리를 지켜내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