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몸값으로 주목받는 대한조선이 수요예측을 마치는 17일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장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설명회 PT 자료./사진=안효건 기자


2조원 몸값으로 주목받는 대한조선이 수요예측을 마치는 17일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장 의지를 강조했다. 현금이 마른 대한조선 대주주 KHI로서도 물러서기 힘든 도전이다.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한조선 기업 설명회에서 "수요예측 결과가 희망 공모가를 다소 밑돌더라도 상장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오늘 수요예측을 마감하면 내일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는 21일 결과를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 대표는 "조선업은 본질적으로 선박 한 척 계약을 준비하고 실제 인도하기까지 수년 이상 긴 호흡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라며 "지난 10여년 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도 이겨낸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고 준비한 비전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조선은 2009년 워크아웃 이후 2022년 KHI가 지분 95%를 2000억원에 인수한 지 약 3년 만에 상장에 도전했다. 현재는 자체 평가 적정 시총 2조6901억원, 공모가 상단 1조9263억원에 달하는 하반기 첫 기업공개(IPO) 대어다. 수요예측에서 흥행해 해당 시총을 인정받으면 3년 만에 몸값 10배를 넘기는 기록을 쓴다. KHI로서는 대박에 가까운 투자다.

반대로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하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이달 이후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는 수요예측 기관 락업(의무 보유 확약) 강화 대상이다. 올해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30%, 내년 제출하면 40% 락업 규제를 받는다. 규제 도입 예정에도 기관들은 아직 가치 투자에 소극적이다. 지난달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들 락업 비율이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친다.


KHI도 빚 부담이 상당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KHI는 대한조선을 매수했던 2022년 자본잠식 빠졌고 지난해 부채비율은 1075.1%에 달한다. KHI는 대한조선 지분 24.89%를 삼성증권에 넘겼고 이번 IPO에서는 지분을 구주 매출로 내놨다. 상장 후 지분율은 46.13%로 내린다. 연결 재무제표 작성 기준으로 꼽히는 지분율 50%를 밑돈다.

KHI는 다른 조선사인 케이조선 매각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 매각가는 5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해당 가격에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5000억원은 대한조선 예상 시총 4분의 1로 두 기업 규모 격차보다 크다. 지난해 기준 자본총계는 대한조선 5139억원, 케이조선 3617억원이다.

가치 평가 관건은 HD현대미포와 삼성중공업보다 높은 주식 상대가치 인정이 꼽힌다. 조선주는 자산 규모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주식 상대가치를 비교하는 평가법도 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대한조선 역시 PBR을 채택해 유사 기업을 선정하면서 규모 유사성 기준으로 시총 1조원 미만 기업을 제외했다.


대한조선 비교기업 PBR도 시총과 비례한다. ▲HD현대미포 3.57배 ▲삼성중공업 3.60배 ▲한화오션 4.80배 ▲HD현대중공업 6.35배 등이다. 시총이 HD현대미포 30%에 못 미치는 대한조선은 이들 기업 PBR을 평균한 4.58배를 적용했다. 한화오션과 주식 상대가치가 가장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김종덕 대한조선 재무실장은 "비교기업이 적정한가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대한조선은 규모가 작은 대신 이익률이 높다"며 "자기자본이익률을 고려하면 희망 공모가는 좋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HI가 추진하는 케이조선 매각에는 "해당 기업 내부 사정이라 잘 알지 못해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외 환경으로는 시장이 대형주에 눈높이를 낮췄는지 알 수 없다. 상반기 DN솔루션즈·롯데글로벌로지스는 수요예측 부진으로 대한조선과 같은 단계에서 상장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대한조선 성공 여부가 하반기 IPO 시장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왕 대표는 "아직 수요예측 결과를 전해듣지 못했지만 IR 과정에서 확인한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