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피프티피프티 문샤넬 /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저 먼 미국에서 4살 무렵, 그룹 원더걸스의 퍼포먼스를 보고 K팝의 꿈을 꾼 소녀가 있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 소녀는 이후 K팝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향했고, 이제는 글로벌 팬덤을 가진 아이돌 가수가 됐다. 그룹 피프티피프티 멤버 문샤넬(22)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에 계신 부모 대신 한국에 있는 이모의 집에 살며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문샤넬은, 지난 2023년 JTBC에서 방송된 JTBC 서바이벌 오디션 '알유넥스트'에 출연해 많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최종 11위로 탈락했으나, 문샤넬은 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2024년 9월, 문샤넬은 함께 '알유넥스트'에 출연했던 예원과 함께 리뉴얼된 피프티피프티의 새로운 멤버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원더걸스를 보고 K팝 가수의 꿈을 키웠던 문샤넬은, 이제 전 세계 K팝 팬들의 새로운 꿈을 키우게 만드는 당당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최근 지난 4월 발매된 미니 3집 타이틀곡 '푸키'(Pookie) 남돌 버전 챌린지로 화제를 모으며 곡의 역주행까지 성공시킨 문샤넬을 뉴스1이 만났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한국어를 익히기 시작해, 아직 한국어는 서툴었지만 태도에는태도에는 당당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문샤넬의 눈빛은 앞으로 나아갈 피프티피프티의 앞날만큼 반짝거렸다.

피프티피프티 문샤넬 /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피프티피프티 문샤넬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그룹은 딱히 정확한 포지션은 없고요, 저는 멤버드리랑 좀 자유롭게 얘기를 할 때, 제가 고음이나 파워 부분들, 조금 더 보컬 쪽으로 맡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최근에 '푸키' 남돌 버전으로 멋있음도 좀 맡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피프티피프티로 데뷔하기 전에는 연습생 기간도 꽤 길었는데, 처음 K팝 가수를 꿈꾸게 된 건 어떤 이유였나요.

▶시작점은 되게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원더걸스 선배님의 '노바디' 뮤비를 보고 K팝에 완전 빠졌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쭉 K팝을 좋아하다가 노래도 너무 좋아하고, 춤도 너무 좋아해서, 가수나 음악 관련된 직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근데 너무 먼 꿈 같아서 그냥 상상할 정도만 갖고 있다가 2020년에 혼자 한국으로 여행을 왔거든요. 그때 오디션도 보고 캐스팅도 당하고 합격하게 돼서 그때부터 좀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피프티피프티 문샤넬 /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어릴 때 한국말을 배우지 못해 데뷔를 준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엄청 힘들었죠. 근데 제가 좀 다행인 게 저희 엄마는 가끔 한국말 썼잖아요. 그래서 익숙하긴 했거든요. K팝도 좋아해서 여러 가지 K콘텐츠를 숙지하긴 했는데 아예 대화는 못 하는 정도였어요. 존댓말이나 문법도 완전 영어와 달라서 많이 힘들긴 했어요. 하지만 말하는 걸 좋아해서 많이 대화하는 걸 도전하고 다른 연습생들이랑 최대한 말을 나눌 수 있으려고 했어요.

-한국생활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을까요.

▶주변의 연습생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또 우리 이모가 영어 할 줄 알거든요. 영어선생님이라 영어로 많이 설명해 주기도 하고, 연습생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모랑 같이 살아서 많이 알려줬어요. 이모가 지하철 어떻게 타야 되는지, 버스카드, 이런 작은 문화적인 부분을 다 정리해 주셔서 알려주셨어요. 또 한국어 수업을 듣긴 했는데, 이모가 영어를 할 줄 아니깐 '조금 더 정확하게 이건 이런 느낌이다'라는 설명을 많이 해줬어요.

-K팝 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부모님이 되게 좋으신 게 '하고 싶은 거 해라'라는 마인드셋이에요. 그 대신에 할 거면 제대로 최선을 다하라는 마인드셋이에요. 솔직히 저는 (K팝 가수가) 먼 꿈 같았다는 말을 했잖아요. 근데 저희 엄마는 제가 이걸 얼마나 하고 싶은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저보다 조금 더 잘 알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오디션을 다 정리해 주고, 한국으로 올 때도 '학원 다니라'라는 말도 하고, 보컬 수업도 몇 개 잡아줬어요. 엄마는 '너 이거 하고 싶으면 완전히 한국에 있어라'라는 말도 했어요. 강하게 키우시기는 했는데 오히려 엄청 응원하고 서포트해 주셔서 지금은 너무 감사해요.

피프티피프티 문샤넬 /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후에 피프티피프티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되게 감동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쇼케이스할 때 드디어데뷔라는 생각이어서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렇게 쇼케이스 끝냈는데, 그때 저희 부모님이 오셨거든요. 백스테이지에서 엄마랑 아빠 얼굴을 마주쳤을 때 바로 제가 울어버렸어요. 고생했던 기억들이 한 번에 다 왔어요. 엄마도 엄청 울었고, 아빠도 조금 눈물을 흘렸거든요. 되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과거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와 K팝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저는 진짜 아쉬움이 많았어요. 원더걸스 선배님 '노바디' 노래는 거의 2년 동안 빠져 있었어요. 또 소녀시대 선배님도 되게 좋아했어요. 근데 그 당시에 (미국에서) K팝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까지 '우와, 대박'이라는 건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이 듣기에는 좀 힘든 시기였어서 제가 많이 아쉬웠어요. 노래들 진짜 좋은데, 얼마나 이 노래들이 멋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방탄소년단 선배님이 엄청 알려지고 K팝도 유명해지면서 저는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K팝을 안 좋아했던 친구들을 최근에 다시 만났는데, K팝을 엄청 좋아하고 제가 데뷔한 것도 너무 신기하다고 해요.(웃음)

<【물 건너온 아이돌】 피프피피프티 문샤넬 편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