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딸'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파일럿'에 이어 배우 조정석이 또 한 번 코미디 영화로 여름 성수기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좀비딸'은 좀비라는 소재를 가족 코미디에 접목시켜 '웃기고 울리는' K무비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이다. 여름 개봉작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색깔로 극장에 흥미를 잃은 예비 관객들의 마음 문을 두드린다.


영화는 오늘도 어색한 포즈로 TV 앞에 앉아있는 좀비가 돼버린 딸 수아(최유리 분)와 그런 그를 보살피는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일상을 그리며 시작한다. 과거 맹수 전문 사육사였던 정환(조정석 분)은 서울에서 외동딸 수아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아빠와 딸은 거울 앞에서 함께 춤을 출 정도로 친구 같은 부녀 관계다.

'좀비딸' 스틸 컷


'좀비딸' 스틸 컷


'좀비딸' 스틸 컷


그러던 중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서울에서 원인 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 앞집 부부가 피를 뚝뚝 흘리며 좀비가 돼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충격을 받은 정환과 수아는 정환의 어머니이자 수아의 할머니인 밤순(이정은 분)의 동네 은봉리로 피신하기로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엉뚱한 기지로 좀비 떼를 뚫고 주차된 차를 몰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 부녀. 하지만 예상 못 한 문제가 발생했다. 수아가 그만 좀비에게 물려버린 것.


국가에서는 좀비는 바로 사살해야 하며 은폐할 경우 범죄로 간주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정환은 총에 맞아 죽는 수아를 보느니 차라리 자신이 수아를 죽여야겠다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밤순의 도움으로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수아를 겨우겨우 묶어놓은 정환은 수아에게 인간으로서의 기억이 남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딸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약사 친구 동배(윤경호 분)의 도움을 받아 수아에게 훈련을 시켜보기로 하고, 훈련은 소기의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위험인물이 접근한다. 은봉중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이자 정환의 첫사랑인 연화(조여정 분)다. 연화는 과거 좀비가 된 약혼자를 직접 처리할 만큼 좀비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지닌 국가 공인 좀비 헌터다. 연희는 딸을 데리고 내려왔다는 정환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대한다.


'좀비딸' 스틸 컷


'좀비딸' 스틸 컷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빛을 발하는 '좀비딸'의 코미디는 타율이 높다. 주연 배우인 조정석뿐 아니라 밤순 역의 이정은, 동배 역의 윤경호, 연화를 연기한 조여정까지 제각각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효자손으로 좀비가 돼버린 손녀를 잡는 무서운 할머니 이정은과 눈치는 조금 없고 겁은 많지만, 친구를 향한 의리를 저버리지 못하는 약사 윤경호, 아름다운 외모와는 별개로 검을 서슬 퍼런 검을 휘두르며 긴장감을 몰고 오는 좀비 헌터 조여정의 모습은 전전긍긍하는 아빠 조정석, 시종일관 좀비 그 자체인 딸 최유리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영화에는 좀비물 특유의 '병맛 코미디'도 살아있다. 좀비가 돼버린 딸의 상황 자체로 웃음을 주는 식이다. 좀비를 피하기 위해 좀비인 척을 한다든지, 기억이 남아있는 좀비 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거나 정상인인 척 보이기 위해 낀 렌즈가 돌아가 기괴한 모양이 돼버린다든지 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코미디와 함께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을 받치고 있는 것은 K-가족 영화 특유의 감동 코드다. 폭소하다가도 한순간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 코드를 살리는 데는 조정석과 최유리의 공이 컸다. 조정석은 젊음을 바쳐 키워온 딸에 대한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내는 캐릭터를 특유의 촉촉한 감수성으로 잘 표현했다. 동물이나 다름없는 좀비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최유리는 이를 훌륭하게 잘 해내며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틀을 공고히 지켜냈다. 또 다른 주인공 애용이(치즈 태비 고양이)의 등장은 영화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잘 살린다. 영리한 선택이다. 영화 '인질'과 시리즈물 '운수 오진 날'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필감성 감독의 연출작이다. 상영 시간은 113분이다. 오는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