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신간 '긱 웨이'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분석해 '긱'(Geek)이라는 단어로 압축한다.


'긱'은 호기심이 많고, 관행을 의심하며,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저자 앤드루 맥아피는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원리를 이 긱들의 규범에서 찾는다. 그 규범은 과학(증거),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다.

풀어서 얘기하면, 실험과 증거에 기반한 과학적 의사결정이며, 주인의식은 위계 대신 실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낳았고, 속도는 빠르게 반복하고 학습하는 구조를 생성했으며, 개방성은 열린 피드백과 자기 교정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총 4부로 짜였다. 1부 '긱 문화의 네 가지 규범'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원칙을 설명한다. 증거 기반의 판단, 일에 대한 주인의식, 빠른 실행과 반복, 개방적인 조직 환경이 핵심이다. 이 규범이 바로 초격차를 만드는 문화적 토대임을 강조한다.

2부 '긱 문화가 만든 성과'는 넷플릭스의 자율성과 성과 중심 시스템, 아마존의 워킹 백워드 전략, 구글의 디자인 스프린트 같은 구체적 방법론이 어떻게 긱 문화를 실현하는지 보여준다. 긱 방식을 채택한 기업의 조직은 산업 시대의 조직에 비해 개인의 자율성, 권한 위임, 책임의 수준이 더 높다.


넷플릭스의 '컬처덱'…헤이스팅스 "우리는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왼쪽)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 News1 DB


넷플릭스는 '컬처덱'(Culture Deck)을 통해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되, 최고의 성과를 요구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우리는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는 컬처덱을 상징하는 말이다.


공동창업자인 마크 랜돌프가 이끌던 창업 초기만 해도 넷플릭스는 화목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랜돌프를 포함한 직원 40%를 해고했다.

헤이스팅스는 "좋은 일터는 커피를 주고 점심에 초밥을 주는 곳이 아니다. 이런 게 정말 '좋은 것'이 되려면 회사에 좋은 동료가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A급 인재들에게는 보상을 아끼지 않으며, 아무리 똑똑해도 협업을 해치는 직원은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업계 평균보다 생산성이 40% 높으며 수익률도 30~50% 높다.

구글은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단지 5일만에 효율적으로 테스트한다. 이 방식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아이디어에 불필요한 소모를 막을 수 있으며 긴급하거나 중요한 경영 이슈를 해결하는데 최적이다.

디자인 스프린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목표 설정(월)→ 브레인스토밍(화)→ 결정(수) → 시제품 제작(목)→ 결과 확인 및 향후 진행방향 설정(금) 순으로 진행한다. 이 방식은 몇달씩 이어지는 토론을 일주일로 압축할 수 있다.

"비싼 돈 들여서 인공위성을 왜 띄워? 그냥 스마트폰을 우주로 보내자"

플래닛 랩스 누리집


3부 '긱 문화의 작동 방식'은 조직 내에서 규범이 어떻게 퍼지고 유지되는지를 분석한다. 긱 문화는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지 않는다. 집단이 공유하는 규범이 강할수록 지속 가능하며, 높은 성과를 이끈다. 플래닛랩스의 초저비용 위성 개발 사례는 이러한 구조의 결과물이다.

플래닛 랩스의 창업자는 NASA 과학자였던 크리스 보쉬우젠(Chris Boshuizen). 윌 마샬(Will Marshall), 로비 쉰들러(RobbieSchingler) 등이다. 이들은 우주를 촬영하는 장비 대부분이 스마트폰에도 들어 있는 것에 착안했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인공위성을 발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한 이들은 그냥 스마트폰을 우주로 띄워 지구 사진을 촬영하는 실험에 도전한다. 플래닛 랩스는 이런 실험을 더욱 발전시켜 초소형 위성 200대를 묶은 군집 위성(Satellite Constellation)을 운용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은 1대당 가격이 10억원 내외다. 기존 위성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저비용이라 부를만 하다. 결국 이 기업은 지구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의 판매가격에 약 1000분의 1 수준으로 제공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4부 '긱 문화의 확장 가능성'에서는 긱 문화를 다른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과제를 다룬다.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혁신은 결국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반복을 장려하며, 위계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구조. 이것이 '긱 문화'다.

저자는 긱 문화가 어떤 규범에서 나왔고, 어떻게 현실의 기업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사례와 데이터, 인터뷰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은 변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 조직이 선택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다.

△ 긱 웨이/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2만5000원

긱 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