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6일(한국시간) ‘프랑스 K-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 K-북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2024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설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27/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지난해 한국문학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이 약 120만 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약 52만 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40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942종의 한국문학 누적 판매량은 약 268만 부에 달한다. 이는 직전 5년간(2019~2023년)의 누적 판매량인 약 195만 부보다 73만 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평균 도서당 판매량이 1271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000부 이상 판매된 도서는 45종, 이 가운데 24종은 1만 부를 돌파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문학 독자층이 확대되고, 펭귄 랜덤하우스, 아셰트 등 세계적인 출판사들이 한국문학 출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유수 출판사의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이 더해지면서 한국문학의 해외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장르별 약진도 두드러진다. '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등 국내 힐링 소설들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튀르키예에서 2023년 출간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2024년 한 해에만 8만 부 이상 팔렸고, 폴란드에서도 '불편한 편의점'이 2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그래픽노블과 SF·판타지 등 장르문학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독일어 번역판 '눈물을 마시는 새 1'은 2만 부 이상 판매됐다.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풀' 스페인어 번역본은 3년 연속 1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해외 문학상을 통해 주목받은 작품들 역시 높은 판매 실적을 보이며 한국문학의 다양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세계적 확산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번역원의 지원을 통해 출간된 한강 작가의 작품은 현재까지 총 28개 언어권 77종이며, 이 가운데 지난해 한 해에만 약 31만 부가 판매됐다. 2023년 이전에 출간된 한강 작가 해외 출간작 19종의 연간 판매 실적은 수상 이전인 2023년에는 약 3만 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약 15만 부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판매 급증은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온라인 서점 문학 부문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상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노벨상 수상 작가' 타이틀을 활용한 재출간과 표지 리디자인 등 활발한 후속 마케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해외 판매 성과가 가시화됐으며, 이는 한국문학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권별 전략적 지원을 강화해 더 많은 한국문학 작품이 글로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