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명동, 홍대 등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약국들의 화장품 매출이 상승하는 추세다. 서울 시내 홍대 지역에 있는 한 약국이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황정원


국내 약국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K뷰티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능성을 앞세운 '코스메슈티컬'(약국 화장품)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제약사 매출도 덩달아 급증하는 등 K뷰티 소비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 홍대 등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약국들이 K뷰티 제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들 손에 들린 쇼핑백에는 일반 의약품이 아닌 기미·여드름 치료용 연고나 재생 크림 등 기능성 화장품이 채워져 있다.

홍대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종길 대표 약사는 "일부 대형 약국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70∼90%에 달한다"며 "일반 의약품 외에 뷰티 제품 매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관련 데이터는 이 같은 현상을 뚜렷하게 뒷받침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2023년 상반기 223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896억원으로 2년 새 약 4배 증가했다. 올해 6월 기준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 38만여건 중 약국 이용 비중이 약 60%로 가장 높았고, 피부과가 21%로 그 뒤를 이었다.

제약사의 화장품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동아제약의 피부외용제 3종(노스카나·애크논·멜라토닝)은 올해 상반기 매출 3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성장했다. 파마리서치의 약국 전용 화장품 '리쥬비넥스' 크림은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때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전문적인 효능을 앞세운 '코스메슈티컬'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피부과 시술과 연계해 시술 후 관리에 특화된 제품이나 트러블 전문 제품은 약국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일본에서 온 한 관광객은 "효과 좋은 제품을 한국 약국에서 살 수 있다는 정보를 SNS에서 접했다"며 "올리브영에서는 색조 위주로, 약국에서는 기초 기능성 제품 위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대형 약국들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소비 채널이 기존 드럭스토어를 넘어 전문성을 갖춘 약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SNS 등 입소문을 타고 약국이 K뷰티의 새로운 유통 허브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