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승 달성하고도 못 이룬 소원…'명장' 김경문 감독 "우승에 목마르다"
김응용·김성근 이어 3번째 대업…'현역 최고령' 노익장 과시
두산·NC 강팀 이끌며 KS 준우승만 4회…"끝까지 경기에 집중"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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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감독으로 1000승을 달성하는 데 21년이 걸렸다.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40대 중반의 '젊은 감독'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감독'이 됐다. 김경문(67) 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남은 마지막 소망은 '우승'이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한화는 선두 LG 트윈스와의 2게임 차를 유지하며 추격을 이어갔고, 선발투수 코디 폰세는 선발 15연승의 KBO리그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기록은 바로 김경문 감독의 1000승이었다. 이날까지 감독으로 정규시즌 1894경기를 치른 김 감독은 정확히 1000승(45무860패)을 달성했다.
1000승은 43년 KBO리그 역사에서 단 3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김경문 감독 이전에 김응용 전 감독(1554승), 김성근 전 감독(1388승)이 달성했다.
1000승을 달성하기 위해선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한 시즌 70승 이상을 15시즌 기록해야 한다. 통상 감독 계약이 2~3년 단위로 이뤄지고, 1~2시즌만 부진해도 '경질설'이 나오는 파리 목숨이라는 점에서 1000승은 쉽게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15시즌의 감독 생활 동안 시즌 승률 5할을 달성하지 못한 건 4번밖에 없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은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에서의 마지막 시즌(2011년, 2018년), 신생팀 NC의 1군 첫 시즌(2013년), 그리고 한화의 '소방수'로 부임한 지난 시즌이었다. 이를 제외한 모든 시즌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했다.
2004년 두산의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한방' 대신 '뛰는 야구'로 팀컬러를 변모하며 강팀으로 이끌었다. 이 시기 꾸준히 좋은 선수가 등장해 '화수분 야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베테랑과 팀의 주축 선수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는 한편, 젊은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며 끊임없는 선순환을 이끌었다.
2013년부터 맡은 신생팀 NC에서도 이런 '특기'를 잘 살렸다. NC는 신생팀임에도 첫 시즌부터 7위로 선전했고, 이듬해부터 4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역시 김 감독의 지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2018시즌 도중 사임한 김 감독은 이듬해인 2019년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후 프리미어12와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후 야인으로 돌아간 김 감독은 지난해 6월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리빌딩을 마쳤다고 판단한 한화는 경험 많은 김 감독을 통해 상위권 도약을 꿈꿨다.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긴 했으나 프로야구 현장 공백이 5년 이상 있었고, 환갑이 훌쩍 넘은 '노장'으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실제 지난해 한화가 최종 8위에 그치면서 이런 우려는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임 2년 차인 올 시즌 김 감독은 한화를 선두권으로 이끌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고, 타선 역시 차츰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 돌아온 김 감독이 '노감독의 힘'을 제대로 과시하는 모양새다.
1000승까지 달성한 김 감독에게 남은 목표는 단 하나, 우승이다.
김 감독은 두산, NC를 모두 강팀으로 올려놨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의 환희를 맛보지 못했다. 두산에서 3번(2005년, 2007년, 2008년), NC에서 한 번(2016년) 등 4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다.
명장으로 불리지만, 우승이 없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던 이유였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NC 모두 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 시즌은 김 감독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반기를 선두로 마치는 등 오랫동안 리그 1위를 달렸고, 최근엔 LG에 2위를 내줬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역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한화 역시 우승이 목마르다. 한화가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20세기' 시절인 1999년이고,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은 빙그레 시절인 1992년이다.
올해 김 감독과 한화가 뭉쳐 우승을 일궈낸다면, 서로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 터다.
1000승을 달성한 김 감독은 언제나처럼 들뜨지 않고 차분히 시즌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제 개인에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기록이지만, 어느 해보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매 경기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시즌이 끝날 때까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화 구단과 선수단 모두 잘해온 만큼,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펼쳐 가을야구에서 팬들께 기쁨과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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