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된 김규진 ‘총석정절경도’ 벽화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4일부터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에서 창덕궁 내전인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을 최초로 일괄 공개한다. 2025.8.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강원도 통천의 명승지 총석정과 그 주변 해안 절경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총석정은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지요. 김규진(1868~1933)은 1920년 6월, 벽화 제작을 의뢰받고 총석정 전경을 포착하기 위해 배 타고 바다로 나가 원경을 관찰했어요."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이홍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총석정절경도'는 순종의 접견실이었던 희정당의 동벽을 장식한 벽화"였다며 "시각적 임팩트가 커서 관람객이 가장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를 연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박물관은 언론에 전시 작품을 미리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덕궁 내전의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과 초본 1점이 공개된다. 대조전은 황제 부부의 침전, 경훈각은 왕실 가족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벽화 6점은 높이가 각각 180~214㎝, 너비가 각각 525~882㎝에 이르는 대작으로,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 회화다. 1917년 당시 황위에서 물러난 순종(1874~1926)과 순정효황후(1894~1966)가 생활했던 창덕궁 내전이 화재로 소실된 후 1920년 재건되면서 이곳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최초 공개된 김은호의 백학도 초본(정본을 완성하기 전 그린 밑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4일부터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에서 창덕궁 내전인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을 최초로 일괄 공개한다. 2025.8.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근사'(謹寫)에 담긴 의미


이 벽화들은 100여 년 동안 내전에 그대로 설치돼 있었으나, 세월의 풍파에 따라 보존 처리와 안전한 관리가 필요해졌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벽화들을 떼어내 2014년 대조전 벽화, 2016년 희정당 벽화, 2023년 경훈각 벽화의 보존 처리를 마쳤다. 현재 벽화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 중이며, 창덕궁 내전 전각에는 모사도와 영인본을 설치했다.

이홍주 학예연구사는 전시 제목인 '근사'(謹寫)에 대해 "'삼가 올린다'는 뜻인데, 이 벽화를 그린 화가들은 조선의 궁중 화가들과 달리 그림에 자기 이름을 남겼다"며 "근대 회화에서 작가 개인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 흐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일례로 '총석정절경'의 좌측 상단에는 '김규진 근사'(金圭鎭 謹寫)라는 묵서와 낙관이 남아 있다.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김은호 '백학도'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4일부터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에서 창덕궁 내전인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을 최초로 일괄 공개한다. 2025.8.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김규진이 그린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비롯해, 오일영(1890~1960)과 이용우(1902~1952)가 합작한 '봉황도', 김은호(1892~1979)가 그린 '백학도', 노수현(1899~1978)의 '조일선관도'와 이상범(1897~1972)의 '삼선관파도'가 공개된다.

2부에서는 미디어아트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가 펼쳐진다. 금강산 절경, 봉황과 백학의 날갯짓, 영생을 누리는 신선의 세계를 7분 길이의 실감 영상으로 재현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1920년에 제작된 6점의 벽화가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통적인 궁중 화풍을 계승해 극도로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로 완성된 이 그림들은, 마지막 궁중 회화라고 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4일부터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에서 창덕궁 내전인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을 최초로 일괄 공개한다. 2025.8.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