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 대표로 올림픽에 나섰던 故 손기정을 비롯한 한국인 선수 9명의 한국 이름과 국적이 병기됐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박소은 기자 =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했던 한국인 선수 9명이 89년 만에 한국 국적과 한국 이름을 되찾았다.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 총 11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했는데, 이중 고(故) 손기정, 고 남승룡 등 9명의 한국 국적과 한국어 이름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 병기된 것이 확인됐다.

배현진 의원 측은 지난해 9월 토마스 바흐 당시 IOC 위원장에게 △한국 선수 11명의 일본식 이름표기를 한국식으로 변경 △한국 선수 11명의 국적을 한국으로 변경 요청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선수들이 일본 국적과 일본 이름으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기재 등을 요청했다.


그 결과 올해 순차적으로 일부 선수들의 이름과 국적이 바뀌었으며 "일제강점기에 선수들이 일본의 강요를 받아 일본명으로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OC는 홈페이지에서 1936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에 대해 "한국이 일본 점령하에 있어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일본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남승룡과 함께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고 손기정의 올림픽 기록은 일본 이름으로 남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상식에서 손기정은 일장기가 게양되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남승룡과 함께 고개를 숙여 항의 의사를 나타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남승룡 선수에 대해서도 "당시 한국은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참가 기록이 일본 이름으로 남은 것"이라고 전했다.


손기정, 남승룡 외에 1932년 LA 올림픽에 출전했던 육상의 김은배·권태하, 1936 베를린 올림픽에 각각 남녀 농구 대표로 출전한 이성구·장이진과 복싱 대표 이규환, 1936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나선 김정연·이성덕 등 올림픽 영웅들에게도 한국 이름과 국적이 병기됐다.

남은 2명에 대해서도 대한체육회는 IOC와 협력해 한국어 이름 병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한국 선수들의 이름과 국적 변경을 요청했는데, 그동안 IOC가 적극적으로 이를 반영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제강점기 시절 선수들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은 "올림픽 신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대리석처럼 굳어 고개를 떨궜던 조국 잃은 청년 손기정의 설움을 늦게나마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잊히고 있던 손기정 등 11명의 명예를 되찾는 노력과 동시에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의정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