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정권 교체라는 변수를 만났다. 홍 사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TF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4전 5기 끝에 50대 후반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하며 '오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선 이후에도 낙선과 불출마 질곡을 기관장 재임으로 넘어섰다. 다만 이번 aT 사장 임기는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예견치 못한 변수를 만나 완주와 중도 하차의 갈림길에 섰다.


14일 정가와 업계에 따르면 홍 사장은 1967년 대학생 신분으로 유진오 당시 신민당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1988년 제13대 총선을 시작으로 꾸준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4번 고배를 마셨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야 50대 후반의 나이로 처음 당선됐다. 낙선을 거듭한 끝에 재기에 성공한 이력으로 '오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선거에서 실패할 때마다 기관장으로 기용되며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는 모습에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도 홍 사장을 따라다닌다. 그는 초선 이후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밀려 낙선했지만 곧바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재선과 3선, 4선까지 연달아 배지를 달았으나 지난해 5선을 앞두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의 경선을 포기하고 불출마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인 지난해 8월 3년 임기의 aT 사장에 취임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홍 사장이 사퇴 후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고령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1947년생인 그는 내년이면 78세,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8년이면 80대가 된다. 이에 홍 사장이 aT에서 '농정(農政) 전문가'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사장의 임기는 2027년 8월19일까지다.

변수는 정권 교체로 인해 자신에게 불리한 정치 지형이 꾸려졌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여야가 교체됐고 내각도 다시 꾸려졌다. 유임에 성공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농업 철학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치색이 강한 홍 사장을 쳐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7대 혁신 방향(▲친환경·저탄소 농어업 전환 ▲씨종자, 신품종 개량 ▲저온비축기지 거점별 광역화 ▲유통구조개선 ▲주식 개념 쌀에서 5곡으로 전환 ▲통계농업 및 사계절 스마트팜 강화 ▲농수축산식품 수출을 통한 식품 영토 확장)을 수립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결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a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억8600만원으로 전년(61억900만원) 대비 31.5% 감소했다. 지난해 감사 직무수행 실적 평가에서는 가장 낮은 '미흡(D)' 등급을 받았다. 경영평가에서는 전년과 동일한 '양호(B)' 등급을 획득했다.


폭염과 폭우로 생육이 영향을 받으면서 농산물 가격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2.1% 올랐다. 수박, 토마토, 복숭아 등 여름 제철 작물들의 소매 가격도 전년보다 높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관계자는 홍 사장의 정치 역정에 대해 "지난 시절 거친 들판에서 오랜 야인 생활을 하다 새로운 주군(이회창)을 만나 17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며 "정치판 질서를 어렴풋이 아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농대 출신인 홍 사장이 농업 전문가답게 여야 눈치 안 보며 농업 발전에 기여해 왔음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넘겨주길 바라며 아울러 농촌으로 돌아가 이장을 맡았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