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사진-머니S


이재명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수장을 각각 임명했다. 정통 관료 출신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위원장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원팀'을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당국 체계 개편에 나선 가운데 관료와 정권 실세의 만남이 두 기관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후보자는 전날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이 후보자는 거시경제와 경제정책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정경제부(기재부)에서 경제정책국장, 경제구조개혁국장 등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특히 경제정책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은 경제정책통으로 불린다. 이 후보자는 출근길 일성으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분야 국정과제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코스피 5000 달성 ▲가계부채 관리 ▲소비자 보호 강화를 꼽았다. 생산적 금융은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된 금융권 자금을 기업과 모험자본으로 돌리는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후보자는 "한국 금융의 현실을 보면 부동산 등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다"며 "자금의 물꼬를 보다 혁신적이고 국가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어떻게 빨리 근본적으로 바꾸느냐가 생산적 금융의 요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금감원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 시장 발전과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원팀 정신으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며 "금감원장과 통화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합의' 강조했다. 이 원장원 전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저에게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불안정을 초래할 만한 어떤 액션이 나올 것을 기대하지 말아달라"며 "저는 의외로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 신임 원장이 취임 후 언론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토론'과 '합의'를 강조한 것은 전임자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원장은 이복현 전 금감원장과 마찬가지로 법조계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금융업계 경력이 없이 대통령 측근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깜짝'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 신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았던 이력도 있다. 이 원장은 "혼자 결정·집행하는 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집단으로 의사결정하고,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하는 형태로 활동하는 게 익숙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국정위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안도 포함됐다. 대통령실이 금융위, 금감원 수장을 임명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부 조직 개편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금융위를 기존 체제로 유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 조직 개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금융위가 활동하고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