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연장 접전 끝에 5대2로 승리한 KIA 이범호 감독이 마무리 정해영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4.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가을 야구를 향한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KIA 타이거즈가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2군으로 보냈다. 최근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이범호 감독은 성적 이면에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KIA는 지난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정해영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정해영은 2020년 KIA에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활약했고, 2년 차인 2021년부터 5년째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다.


2021년 34세이브를 시작으로, 5년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했다. 올 시즌에도 엔트리 제외 전까지 49경기에서 26세이브를 기록, 해당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매년 든든히 KIA의 뒷문을 지켜오던 정해영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올여름부터다.


5월 2점대 평균자책점(2.57)을 찍었던 정해영은 6월 들어 평균자책점이 4.61로 치솟았고, 7월에도 부진이 계속되며 평균자책점이 6.23까지 올라갔다.

8월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두 경기 연속 실점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범호 감독은 흔들리는 정해영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도 했지만 기복은 계속됐다.


문제는 부진과 함께 구속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16일 두산전에서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2.8㎞에 그쳤다. 시즌 평균이 148㎞이었던 것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 수치다.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범호 감독은 "꼼꼼히 체크했는데, 몸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병원 검진 예정도 없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 감독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서 뺐다. 힘든 상황이지만 계속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면 서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열흘 정도 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더 열정을 가지고 던져줘야 할 시점인데, 본인이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와 키움의 경기, 9회말 KIA 정해영이 역투하고 있다. 2025.6.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팀의 마무리 투수를 2군으로 보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현재 상태로는 1군 마운드에 서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마냥 쉬기만 하라는 건 아니다.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힘들게 뛰고 있는 동료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좋았을 때 모습을 회복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자기 보직에 애착을 갖고 던져야 한다. 본인도 매우 힘든 시간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밖에서 우리 팀이 어떻게 경기하는지 지켜보면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열정이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열흘 뒤면 다시 1군에 등록할 수 있지만, 이 감독은 정해영의 복귀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그는 "정해진 건 없다. 중요한 건 정해영이라는 투수가 갖고 있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충분히 회복됐다고 판단되면 열흘 뒤에 안 올릴 이유가 없다. 앞으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이 정해영에게 원하는 건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인드'다. 현재 정해영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지만, 그에 앞서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심리적인 문제를 회복해야 다시 1군에 올릴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감독은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제 선수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