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2연패에 실패한 안세영. 결과를 자책하고 있으나 그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배드민턴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한 안세영(23)이 준결승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를 놓친 것이라 아쉬움이 크고 하필 '숙적' 천위페이에게 막혔으니 자존심이 더 상할 결과다.


안세영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의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파리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 0-2(15-21 17-21)로 졌다.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 단식 종목 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운 안세영은 내친걸음 2연패까지 노렸으나 무산됐다.


안세영은 패배 후 BWF와 인터뷰에서 "실수가 두려워 바보처럼 플레이했다"며 "준비 과정이 좋았는데,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탓했다. 2일 귀국 자리에서도 "내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자책이 많았다.

이미 정상에 올라 있음에도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거나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바늘로 자신을 찔렀던 안세영이기에 곱씹히게 아쉬웠을 결과다. 하지만 늘 이기는 선수는 없다. 지금 안세영에게는 "이기는 것 이상 잘 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격언이 필요해 보인다.



패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특히 고수들의 승부는 정말 알 수 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호적수다. 안세영은 2025년 개인 공식전에서 딱 3번 졌는데, 그중 2번이 천위페이에게 당한 패배다.

시즌 시작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5월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덜미 잡혀 올해 첫 쓴잔을 마셨다. 지난달 중국오픈 준결승에서 무릎 부상으로 기권한 것이 두 번째 패배였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천위페이에게 막혔다. 천위페이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3승14패로 안세영이 다소 밀린다.


쓰라린 결과를 받아든 안세영은 자신의 SNS에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 허탈하다. 더 완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땀 흘리는 것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 안세영이다.

대표팀을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의 또 다른 전설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이 현재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대회 때마다 중국 선수 4명(왕즈이·한위에·천위페이·가오팡제)에 일본의 야마구치까지 1대5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모두 안세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에 패배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부러 제자를 위로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준결승에서 안세영을 꺾고 오랜만에 국제대회 우승에 다가선 천위페이는 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0-2(9-21 13-21)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가장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해 안일해졌을까. 제대로 힘 써보지도 못한 채 완패했다. 고수들의 승부는 정말 알 수 없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나온다. 경기 나가는 족족 이긴다면 걱정이 없겠으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 안세영의 승률도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는 한숨 나온다.

워낙 지켜보는 눈이 많고 세상의 기대치가 계속 커져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질 안세영이겠지만 때로는 심플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제 스물셋, 앞길이 창창한 젊은 선수다. 스스로의 다짐처럼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패배도 잘 소화해야한다. 자신을 긴장시키는 선수들이 있기에 '세계 1위 안세영'도 더 빛이 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