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 vs 자금 충당… 제약·바이오 '엇갈린' 자사주 활용법
유한·셀트,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대원·삼천당은 교환사채 발행… 자금 수혈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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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법이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을 꾀하는 반면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제약사는 자사주를 활용해 사업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기 전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 중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회사는 유한양행과 셀트리온이다. 자사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 수를 줄이고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과 셀트리온은 앞서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약속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253억원 규모의 자사주(24만627주) 소각을 결정했다. 오는 2027년까지 보유 또는 매입한 자사주 1%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지키기 위해서다. 유한양행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매입한 자사주 총 200억원 규모(17만5154주) 역시 상황에 따라 소각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앞서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에서 "보유 예상 기간은 취득 완료일로부터 1년 이상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해당 주식에 대한 자사주 소각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유한양행보다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이다. 올 상반기 약 8232억원 규모의 자사주(497만950주)를 소각했다. 시장 저평가를 극복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셀트리온 관계자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 평균 주주환원율 40% 달성을 이룰 방침이다. 시장 환경을 고려해 자사주 소각과 함께 현금배당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금 줄어든 대원·삼천당…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전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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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과 셀트리온보다 회사 규모가 작은 대원제약과 삼천당제약은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줄면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말 대원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8억원이다. 전년도 같은 시기(196억원)보다 34.7% 줄었다. 삼천당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동 기간 20.2%(1020억→815억원) 감소했다.
대원제약은 최근 159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한 자금은 사업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다. 교환 대상은 대원제약 자사주 99만4144주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0%고 별도 리픽싱(주가 하락 시 교환가액 조정) 조건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사주를 처분한 것과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천당제약 역시 지난달 말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29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 소식을 알렸다. 교환 대상은 삼천당제약 자사주 15만주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0%, 1.0%로 설정됐다. 삼천당제약이 발행한 교환사채도 리픽싱 조건이 따로 설정되지 않았다. 삼천당제약이 발행한 교환사채의 교환가액은 주당 19만6946원이다. 현재 주가(19만2000원 안팎)와 2.5%가량 차이 난다.
업계에서는 대원제약과 삼천당제약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전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본다.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김남근·김현정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계류하고 있다. 각 법안은 자사주 취득 시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자사주 소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꼭 소각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각 회사 사정에 맞게 자사주를 잘 활용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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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 1부 재계팀 김동욱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