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우뚝 선 고려아연…사모펀드 위협에 '국가 방패' 절실
'적대적 M&A 시도' MBK파트너스, LBO·S&LB 등 투자 방식으로 기업 성장 저해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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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와 같은 외부 자본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산업은 물론 한미 공급망 협력을 지탱하는 만큼 약탈적 경영으로 비판받는 MBK 손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거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MBK식 경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단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양국 공급망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이날 글로벌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오프테이크(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 방식으로 게르마늄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을 생산, 전략 광물계의 멀티 플레이어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톤을 선적하며 대미 수출을 개시했고 연내 100톤 이상 내년에는 240톤 이상 수출을 확대한다. 미국 인듐 수입량의 약 29%를 차지하며 한국을 대미 인듐 수출 1위로 이끌기도 했다.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서도 고부가 광물을 생산한다. 페달포인트는 미국 내 전자폐기물과 태양광 폐패널을 통해 금·은·동·팔라듐 등의 금속을 회수하는 기업으로, 고려아연 자원순환 밸류체인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미국 현지에서 원료 조달이 가능한 만큼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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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간산업인 동시에 탈중국 공급망 선두에 선 고려아연을 외부 자본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사모펀드 MBK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9월 MBK를 끌어들여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했다. 회사 경영진 동의 없이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으로 사 모으거나 공개 매수해 기업 경영권을 획득하는 식이다. 여기에 이사회에 새로운 인물 14명을 추천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하려고 했다. 현재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MBK의 이 같은 행보가 회사의 혼란을 초래했단 지적이다.
MBK식 경영이 기업 체계를 붕괴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MBK는 주로 사고자 하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금을 빌려 인수하는 차입매수(LBO) 투자기법을 활용한다. 해당 방법은 인수 자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피인수 기업이 과도한 부채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한 뒤 재임차해 영업하는 '세일앤리스백'(S&LB)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이 경우 자산 매각으로 당장의 현금 확보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임대료 부담 때문에 회사 경쟁력을 약화한다.
대표적인 피해 기업이 홈플러스다. MBK는 특유의 투자방식을 활용해 홈플러스를 경영했으나 재무·사업 기반을 훼손시키는 데 이르렀고 급기야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기습적으로 신청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거액의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뒤 삼일절 연휴 직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입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도 우려된다. 당초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활용하려 했던 MBK 6호 펀드의 경우 중국투자공사(CIC) 지분 5%가 포함돼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로 우리 산업의 필수 소재를 생산한다.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가게 될 경우, 공급망 안정은 물론 산업 보안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단 분석이다.
고려아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실제로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정치권도 MBK 등 사모펀드 대한 규제 강화를 가속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에 대해 "심각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이 MBK를 똑바로 제재하지 못해 MBK가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LBO 규제와 정보공개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들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인수 시 사모펀드 차입 한도를 현행 순자산 400%에서 200%로 축소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기업 인수 후 24개월 내 고배당·자사주 매입·유상감자 등 자본유출을 제한하고 차입매수자의 자산 매각 시 기관출자자(LP)와 금융위에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 안팎에서도 사모펀드 전반과 MBK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이나 국가기간산업, 공급망 등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분야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사모펀드 외국인 또는 외국계 자본의 실질 지배력 등을 감안한 사전검토제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MBK의 경우 홈플러스 채권 사기 외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따른 기관경고를 비롯한 제재, 국민연금 상환전환우선주 동의 및 전환 배경의 불법성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국민연금의 ESG 투자 원칙 및 물의를 빚은 사모펀드에 대한 출자 취소,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간 내부거래의 불법성 의혹을 해소하는 조치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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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