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통합 OTT 가시화… KT “난 반대”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진=김은옥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국내 입지는 굳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여전히 고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 3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2억6600만을 기록했다. 2주 전 통계에서는 '오징어 게임 시즌1'(2021년·2억 6520만)과 '웬즈데이 시즌1'(2022년·2억 5210만)에 이어 3위였지만 지난주(8월 25~31일) 시청 수를 더하면서 1위가 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넷플릭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475만4108명으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티빙이 756만6389명으로 2위, 쿠팡플레이가 729만1114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웨이브는 430만3964명를 기록해 4위였다. 5위는 디즈니플러스로 275만8612명이었다. 글로벌 OTT 독주 체제 속 토종 플랫폼이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국내 토종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달 '더블이용권'을 출시하며 이용자 접점을 확대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S라인'이 티빙에 공개된 사례도 상징적이다. 두 플랫폼이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모색하는 '교차 전략'이 탄력을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용자들의 반응도 합병에 우호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OTT 이용자 20~50대 1000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OTT 요금제 형태 다변화에 따른 이용 현황 및 이용자 인식' 결과에 따르면 현재 티빙을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 601명 중 41.4%가 웨이브와의 합병 시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재단 연구진은 "(합병 후) 티빙의 요금이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티빙 이용자가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봤다. 합병이 단순히 기업 간 이해득실을 넘어 이용자 가치를 높이고 시장 성장 잠재력을 입증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합병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 조건부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가 IPTV 시장 잠식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사 주주의 동의가 마지막 관문이지만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의 반대 기류가 완강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합병 지연이 단순히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체 경쟁력 부족 ▲글로벌 OTT 종속 ▲IP 저작권 불균형 등을 문제로 꼽으며 정부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창희 디지털정책연구소장은 "넷플릭스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토종 OTT 경쟁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가 티빙·웨이브 합병이 시너지로 이어지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성 감독은 글로벌 플랫폼 의존의 부작용으로 '수익 독점 구조'를 지적했다.

조영신 미디어 평론가는 지난달 25일 KCA 기고에서 "티빙·웨이브 합병은 국내 미디어 산업의 돌파구이자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규정하며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