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둬 주목받는다. /사진=고려아연


국내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건 고려아연을 비롯해 8개사뿐이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난해 영풍과 MBK의 적대적 M&A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전 세계적으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인 만큼 더욱 값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지적했던 고려아연의 현 경영 능력을 다시 입증하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

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61곳을 대상으로 분기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02분기 동안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9%다.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고려아연을 비롯해 KT&G, SK텔레콤, 한섬, 에스원, CJ ENM, 신세계, 현대모비스 등 8곳에 불과하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철강 및 비철금속 관련 업종 기업 중에서 100분기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기업이다. 고려아연 다음으로 고려제강(98분기), 풍산(65분기), 세아제강(27분기) 정도가 연속 흑자를 유지 중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실적의 배경은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초금속 분야의 역량을 꾸준히 키운 한편 귀금속과 전략광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의 통합 공정'은 물론 아연 잔재처리 공법 등 자체 기술개발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탈중국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여겨지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략광물인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세계 최대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모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략 광물이다.

고려아연은 이와 함께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자원순환) 전략의 일환으로 제련 사업을 니켈까지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니켈 함유량에 관계없이 다양한 원료를 처리해 이차전지용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이런 사업 전략을 통해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금속 회수율 향상 등 생산성 증대를 위한 기술 투자 속에 전략광물과 귀금속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따른 글로벌 수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공급망 허브로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전략광물 판매량이 증대됐다. 지정학적인 리스크 심화와 관세협상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귀금속 판매 역시 호조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의 금자탑은 아연과 연 등 기존의 사업 부문을 넘어 안티모니와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 은 등 귀금속 분야로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다각화한 경영 판단이 주효했다"며 "여기에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유가금속 회수율 제고와 기술 혁신 노력에 총력을 기울인 점도 밑바탕이 됐다. 기술제일주의와 선제적 투자를 중시하는 고려아연 특유의 DNA가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