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달리며 5대 시중은행 골드 상품 판매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금은방에서 고객이 금 거래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금값이 사상 처음 그램(g) 당 19만원을 돌파하는 등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주요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 관련 상품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판매액은 4361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1654억원 대비 163.7%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판매액(3245억5000만원)보다도 34.4% 증가했다.

골드바 같은 실물뿐만 아니라 금 상품으로도 고객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 통장(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 등 3개 은행의 지난달 말 금 통장 잔액은 2조13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7822억원이었던 잔액이 올해 들어 1조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 통장 계좌 수 역시 지난달 말 30만9260개로 지난해 말(27만2125좌)에 비해 3만7000좌 넘게 늘었다.


은행권 금 판매가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 금값이 국제 기준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

정부 대미투자 불확실성… '김치 프리미엄' 이어지나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금 1㎏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1% 오른 g당 19만48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첫 19만원 고지에 올랐다.

국내 금 가격은 지난달 22~30일 15% 급등했다. 같은 기간 5.8% 오른 국제 금 현물 가격과 2.6배 차이가 난다. 국제 금 가격은 g당 17만4400원으로 국내보다 11.7% 더 싼 값에 거래되는 등 국내 시장과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이같은 양상은 국내 금 가격이 최대 20% 더 비쌌던 지난 2월과 비슷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수요가 쏠렸다. 또 미국의 금 매입 급증으로 글로벌 거래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금 재고가 바닥난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였다.

이번 김치 프리미엄 역시 대미투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환율이 오를수록 국제 시세 대비 국내 금 가격이 더 비싼 현상이 발생한다.

현재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1400원대에 머무르는 등 강달러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3500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미국 요구를 수용할 시 내년 말 환율이 최대 1600원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미투자가 현금으로 집행될 경우 짧은 기간 내 급격한 외화 유출로 인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이럴 경우 안전자산 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