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중·대형 건설업체 6곳이 지난달부터 정부의 하도급 참여 제한 대상자에 포함됐다. 사진은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중견 건설업계가 안전한 공공공사를 수주해 위기를 돌파하는 가운데 중대재해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산업재해를 이유로 정부가 하도급 공사에 참여를 제한한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재는 통상 중소업체들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시공능력 30위권 유력 건설업체도 6곳이 포함됐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중·대형 건설업체 6곳이 지난달 정부의 하도급 참여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신규 참여가 제한된 기업은 한화 건설부문(11위) 호반건설(12위) DL건설(13위) 계룡건설산업(15위) KCC건설(20위) 금호건설(24위)이다.

한화·호반·계룡건설은 9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 두 달 동안, DL·KCC·금호건설은 9월20일부터 10월19일까지 한 달 동안 정부가 발주한 공사의 입찰 참여가 금지됐다.


한화·계룡·DL·금호·KCC건설 5곳은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만명당 사망자 수)이 건설업 평균보다 높다는 이유로 관련 처분을 받았다. 호반건설은 중대재해 발생 연도의 산업재해율(근로자 수 대비 재해자 수)이 높아 제재 대상이 됐다.

"공공공사 비중 클수록 수개월 제재 직격탄"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자에 대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하도급을 2년 이내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고사망 만인율이나 산업재해율이 동일 업종 평균을 상회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하도급 참여 제한은 불법 하도급이나 노무 관련 법규 위반이 적발된 건설업체에 내려지는 제재 조치다. 산재 관련 기준은 2019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강화됐다. 이에 따라 연간 재해사망자가 2명 이상이면 2~4개월, 중대재해 발생 연도에 만인율이나 산업재해율이 업종 평균 이상일 경우 1~2개월, 산재 은폐가 적발되면 4~8개월간 하도급 참여가 제한된다.


하도급 참여 제한은 주로 중소 건설업체에 적용돼왔지만 중대재해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중견사와 대형사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호반건설은 2022년 발생한 사고가 최근 중대재해로 최종 확정되며 신규 입찰이 금지됐다. 당시 경남 거제시 고현항 항만 재개발 사업장의 크레인 해체 작업 과정에서 2명이 다친 바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직접 도급을 받을 수 있는 종합건설업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2022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해당 현장은 지난해 3월 준공됐고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로 공공공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체들에 공공공사는 사실상 활로로 꼽힌다. 민간 공사에 비해 사업성은 낮지만, 미수금 위험이 적어 수익 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는 수개월 입찰 참가 제한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소 건설업체들은 하도급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현장은 공사비 지급 측면에서 안정돼 일부 기업들이 공공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세운다. 입찰 제한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