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최대 5% 낮았다.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권현진 기자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최대 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인해 과일·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 영향이다. 하지만 일부 식품·유통업체들이 명절 전후로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서 연말 물가 불안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한국물가협회, 한국물가정보,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민관 물가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0.3∼5.0% 낮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aT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사과(홍로) 10개 평균 소매 가격은 2만6488원으로 지난해 추석 직전 집계된 2만7627원보다 4.1% 저렴했다. 추석 날짜가 지난해보다 늦어지면서 물량 확보에 여유가 생긴데다 늦더위나 가을 태풍 피해가 있던 예년과 달리 기상 여건이 양호해 수급이 불안한 품목도 없었다.


하지만 일부 신선식품 및 육류와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여전해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식품·유통업체들이 추석 이후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인 만큼 연말 물가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나온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은 오는 13일부로 홍삼정과 뿌리삼, 에브리타임 등의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정관장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KGC인삼공사는 "기후 변화에 민감한 뿌리삼 수급이 불안해지는 등 전반적으로 제조 원가가 늘어나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죽과 본죽&비빔밥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도 지난달 18일부터 죽과 비빔밥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3.3% 올렸다. 지난 2023년 2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밥 버거 브랜드 봉구스밥버거도 최근 약 3년만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3.1% 인상했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한 것이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누적 가공식품 가격은 2.7%, 빵 가격은 6.3% 각각 상승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비 2.1%) 중 가공식품 기여도가 0.4%포인트에 달했다.

정부는 "이와 같이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통한 불합리한 가격인상으로 국민생활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시장 실패를 시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