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집착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자신이 주재하는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식'을 열어 달라고 아세안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체결된 휴전 협정을 재연하는 형태여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노벨평화상 수상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오는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서명식을 직접 주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회의와 별도로 평화협정 서명식 개최를 요청했다며 "그가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행사"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로 43명이 사망했을 당시 무역 협상 중단을 압박 카드로 활용해 양국에 휴전을 촉구했다. 이후 캄보디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이 성사됐다"며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양국은 이미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중재 아래 7월 말 휴전에 합의했고, 8월 초에는 휴전 지속에 관한 의사록에도 서명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의 요구는 실질적인 협상이라기보다 '트럼프 주연의 연출된 행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이 "올해 7개 분쟁을 종식시킨 지도자"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군 지휘관 회의 연설에서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상을 주려 한다"며 "그것은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에 대해 "위원회는 후보자의 자질만을 검토하며, 외부 정치적 압력에 휘둘릴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오는 10일 발표될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에는 이번 '트럼프식 평화협정 서명식' 요구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