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야흐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팬들의 설렘에 비례하듯, 암표거래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규 시즌에도 이미 정가의 열 배를 웃도는 티켓 양도글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던 터였다.


한정된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논리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경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건전한 여가활동이자 문화 향유의 장이라는 점에서, 시장 원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스포츠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스포츠권)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즉, 스포츠 관람은 국민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공공적 권리'의 성격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현행법은 이미 암표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연법' 제4조의2제2항과 '국민체육진흥법' 제6조의2 제2항은 각각 공연과 운동경기의 입장권 부정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범위이다. 두 법률 모두 '매크로를 이용'한 경우로 한정하여 처벌하도록 규제하였기에,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고 반복, 상습적으로 재판매를 하는 경우를 제재할 수 없다. 이미 매달 수천 건의 암표 신고 중 약 98%가 프로야구 관련 건이지만, 현실적으로 매크로 사용여부를 입증할 수 없어 실제 처벌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암표 거래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 제4호도 있으나, 이 조항은 '경기장 또는 공연장 근처에서의 암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으로서 온라인 거래가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는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했다.

스포츠권은 단순한 '참여의 자유'가 아니라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의 보장을 전제로 한다. 대다수의 입장권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고, 그 즉시 온라인에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되는 현 실태는 결과적으로 스포츠권의 침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단순한 '매크로 금지'에 그치지 않고, 장소나 방식의 제한없이 영업적 암표거래 자체를 처벌하는 실효적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티켓 거래의 장이 되는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 책임 명시 및 모니터 강화, 입장권 실명제등의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부정판매의 단속에만 기대지 않고, 구매자 스스로도 구매를 지양하여 양방의 건전한 거래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프로야구 1200만 관중' 타이틀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성장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지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자리한 암표 거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고 공정하게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의 조성을 위하여 제도와 법령을 실질적으로 정비하여야 할 시점이다.
조연빈 법무법인(유한)강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