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첫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책임과 보상' 원칙을 바탕으로 성과주의 문화를 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신세계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취임 후 첫번째 인사를 통해 '책임과 보상' 원칙을 확립했다. 본업인 백화점 부문은 견조한 성과에 힘입어 리더십을 강화하고 부진한 부문은 교체와 쇄신으로 책임을 명확히 해 '일 잘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통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신세계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신세계는 지난달 26일 기존보다 한 달 빠른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일찍 구축했다"며 "당면한 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발 앞서 준비하고자 조기 인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인사는 정유경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 회장은 전체 임원의 20%에 달하는 13명을 교체하며 쇄신을 꾀했다.


정 회장의 인사 기조는 '책임과 보상'으로 요약된다. 성과에 따른 책임을 확실히 하는 '신상필벌'에 기반한 시스템을 정립해 신세계를 일 잘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성과엔 보상, 부진엔 책임… '신상필벌' 기조 확립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왼쪽)와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신세계


성과가 확실한 계열사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 리더십을 강화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의 사장 승진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박 사장에게 신세계센트럴 대표도 맡기며 신뢰를 드러냈다.

박 사장은 강남점의 식품관 리뉴얼 등 백화점의 혁신을 주도해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 8월 리뉴얼을 마친 강남점 식품관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었다. 명동 타운화와 백화점 리뉴얼 등 '공간 혁신' 전략을 지휘하는 박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본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겸직한다. 스타트업 발굴과 상품 커머스를 연결해 온라인 영역에서의 다양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올해 상반기 매출 1613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을 기록한 알짜 자회사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계열사들은 새로운 대표를 임명하며 쇄신에 나섰다. 가장 변화가 큰 곳은 4인 대표 체제로 개편한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부문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김덕주 대표 외에도 서민성(코스메틱1)·이승민(코스메틱2)·김홍극(자주) 대표에게 각 부문을 맡겨 책임을 명확히 했다.


상반기 39억원의 적자를 낸 면세점 부문(신세계DF)도 리더십 교체를 선택했다. 그룹 내 베테랑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이석구 대표를 발탁해 관광객의 소비패턴 변화로 인한 매출 감소와 인천공항과의 임대료 갈등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겼다.

'MZ CEO' 등판… 체질 개선 성공할까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서민성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 대표(왼쪽)와 이승민 코스메틱2부문 대표는 모두 1980년대생이다. /사진=신세계


젊은 리더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코스메틱 부문을 맡게 된 서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1983년생, 1985년생으로 정 회장 체제의 첫 'MZ세대 CEO'다. 이 대표는 그룹 내 첫 여성 CEO이기도 하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뷰티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세대교체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사를 통해 드러난 정 회장의 성과주의 기조는 신세계가 처한 환경과도 맞물린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 구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에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제1 목표로 삼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