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트레이더스 등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고물가로 인한 부진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달 5일 트레이더스 구월점 오픈과 함께 매장을 찾은 고객들.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고물가와 소비 위축에 따른 업황 부진 속 돌파구를 찾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키우고 초저가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를 내세워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 같은 가성비 전략은 한채양 대표의 '본업 강화' 철학과 맞물려 이마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이마트의 3분기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7조527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53% 늘어난 1709억원으로 추정된다. 경기 둔화와 소비쿠폰 사용처 제한으로 인한 업계 부진에도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실적 방어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일반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10% 이상 저렴해 길어지는 고물가 현상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8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7.5%나 늘어난 73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지난달 5일 문을 연 구월점 효과로 트레이더스의 더 가파른 매출 성장세가 예상된다. 구월점은 전국 최대 규모(약 1만5438㎡) 트레이더스 매장으로, 개점 엿새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트레이더스의 올해 매출은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이마트·에브리데이·노브랜드 사업부에 트레이더스 부문을 추가해 4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영업본부 산하 조직이었던 트레이더스 부문은 별도 사업부로 승격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레이더스 영업조직도 1개 담당에서 2개 담당 체제로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자체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를 론칭하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또 다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케이 프라이스는 5000원 이하의 초저가로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소단량으로 기획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1차로 162종의 상품을 출시했으며 하반기 25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케이 프라이스는 론칭 초창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초기 2주(8월14~27일) 동안 '5K PRICE 스페인 냉동 대패 돈목심'은 6만8000팩 가량 판매됐고 두부와 콩나물도 각각 약 11만6000개, 9만5000개씩 팔렸다. 수요는 먹거리를 넘어 키친타월, 물티슈 등 생필품으로 확대됐다. 생활용품은 출시일(8월14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두달여간 46만개 이상 판매됐다.


이마트의 가성비 시장 공략은 한채양 대표가 추진하는 '본업 경쟁력 강화' 기조와도 연결된다. 2023년 9월부터 이마트를 이끄는 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등 내실 경영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게 대형마트의 본업"이라며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