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향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그래픽은 삼성전사 분기별 실적 추이./그래픽=강지호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향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3분기(7~9월) 실적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부문이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며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폴더블 신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은 모바일 부문도 견조한 성적을 거뒀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AI 수요 확대를 계기로 메모리 투자와 차세대 공정 경쟁에서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32.5% 증가했다. 특히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15% 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사업별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DDR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특히 HBM3E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전 고객사를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AI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HBM3E 12단 제품의 퀄리피케이션 테스트(품질 인증 시험)를 진행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12단 납품을 앞두고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번 설명으로 HBM3E 공급이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세대 HBM인 HBM4 역시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이 출하됐으며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를 계기로 그동안 HBM3·HBM3E에서의 점유율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6세대 D램(1c 공정)을 적용한 HBM4를 선보이며 차세대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은 3분기 들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파운드리의 경우 선단 공정 중심으로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원가 절감 효과가 더해져 적자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특히 파운드리는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는 2나노(나노미터)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의 본격 양산과 함께, 미국과 중국 주요 거래선의 HPC(고성능컴퓨팅)와 오토(자동차용) 수요, 그리고 메모리 확대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내년 메모리 투자 확대… 선단 공정 설비 투자 집중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AI 인프라용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AI 인프라용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일부 제품군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 측은 "내년 HBM 생산 계획은 올해 대비 대폭 확대해서 수립했지만 추가적 고객 수요가 지속 접수되고 있어 HBM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내년에도 AI 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메모리 집약형 컴퓨터 서버가 늘어나면서 일반 D램 수요 역시 동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낸드의 경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공급 부족으로 인한 SSD 대체 채용이 확대되면서 업계 재고 수준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어 업계 내 재고 수준이 기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바닥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반적으로 내년 메모리 수요는 예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도 메모리 설비 투자 확대에도 나선다. 올해 DS 부문 연간 투자 규모는 4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회사 측은 "내년 메모리 투자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를 고려하고 있다"며 "D램은 10나노 6세대 포트폴리오 구축을 기반으로 선단 공정 설비 투자를 집중하는 동시에 미래 수요에 대비한 건설 투자도 일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부문도 올해 다소 줄었던 투자 규모를 내년에 다시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2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미국 테일러 신공장(팹) 가동 준비를 병행하며 투자 수준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할 계획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8조4000억원, 영업이익 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폴더블 신모델 출시 효과와 견조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이어지며 전분기 대비 매출이 11% 성장했다.

모바일경험(MX) 사업은 갤럭시 Z 폴드7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반면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견조했음에도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로 인해 전분기 대비 실적이 다소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8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 부문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안정적인 수요와 신제품 출시 대응으로 실적이 개선됐으며 대형 부문은 QD-OLED 게이밍 모니터 수요 확대로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

하만(Harman)은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했다. 소비자용 오디오 제품 판매 호조와 전장(車載) 부문 매출 확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