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③'생산적금융' 해야하는데… 고환율에 은행 자본건전성 고심
[원/달러 환율 뉴노멀 시대]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압력 높아져… "자본 여력 지원방안 마련돼야"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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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안착하면서 사실상 '뉴노멀'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이는 수출기업의 매도시점을 늦추는 레깅 전략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치솟으며 수출, 내수기업 희비가 엇갈리고 송금 부담에 잠을 설치는 기러기 아빠 등도 늘어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70원대까지 치솟으며 대형 금융그룹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관련 부담이 커지는 데다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기업대출 확대까지 겹쳐 대표 건전성 지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정부의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기조에 발맞추되 자본여력까지 챙겨야 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0원 내린 1451.0원에 출발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오후 3시30분 기준 1458.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외환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로 환율 상승 폭은 제한되는 분위기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60원선을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연금·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후 환율은 1450원대 후반까지 내려오며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환율 흐름 자체는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는 모양새다.
원화 약세 흐름이 장기화되면 은행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강달러는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을 키우고 위험가중자산을 늘려 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의 마지노선을 13%로 잡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CET1비율이 산술적으로 최대 0.3%p(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 주요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즉각 반응했다. KB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3.85%였지만 12월말 기준 13.51%로 0.34%포인트 내려갔고 같은 기간 신한금융 역시 13.13%에서 13.03%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하나금융 역시 13.17%에서 13.13%로 한 분기만에 0.04%포인트 내려갔다.
올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 등으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연내 환율 움직임이 금융지주 자본비율 전반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은 해야 하고, RWA는 늘고… 은행권 '난감'
최근엔 정부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자금 조달과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지난 9월 우리금융이 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하나금융 100조원, NH농협금융 108조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벤처·첨단산업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기업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될 경우 부실 위험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외화 RWA가 증가해 은행권의 CET1비율 부담이 커지는데 최근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도 더해져 자본관리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생산적 금융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위험가중치가 높아 현행 규율 아래선 은행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국이 정책적으로 은행권 자본 여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은행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RWA 제도 일부를 조정했다. 지난 9월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규 취급분의 RW(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해 가계대출 쏠림을 완화하는 한편 기업·주식 투자에 적용되는 RW 상한은 400%에서 250%로 낮춰 기업대출 여력을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RWA 제도 조정만으로는 부담을 상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 중에는 국민성장펀드 및 그룹 자체 펀드에 대한 투자안도 있어 이는 RWA 증가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에서 RW를 400%에서 250%로 인하한 것은 고무적이나 금액이 큰 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무엇보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대비 RWA 증가폭이 크다"며 "기업대출 전체에 대한 RW를 낮출 수는 없어도 정부에서 집중하는 혁신산업 등 업종별 RW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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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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