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롯데, 오리온, 영원무역, 아성다이소 등에서는 오너 2·3세들의 역할 확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유통업계 오너가의 승진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정유경 회장에 이어 올해 SPC그룹 허진수 부회장·허희수 사장 형제와 삼양식품 전병우 전무까지 오너일가 후계자들이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아직 연말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오너가 후계자들의 승진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그룹의 총수들이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자녀들이 일찍부터 임원직을 맡는 등 경영계가 젊어지고 있다. 오너 후계자들은 경영 수업 기간을 단축하며 1~2년 만에 초고속 승진하고 있다. 부친의 은퇴 등 예전 방식의 계기보다 신사업·M&A 성과 같은 실질적 변수가 승진의 핵심 촉매로 작용하는 '숫자 기반 책임경영' 기조가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롯데, 오리온, 영원무역, 아성다이소 등에서는 오너 2·3세들의 역할 확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1986년생인 신 부사장은 2023년 12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인 2024년 1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그룹의 바이오·글로벌 등 미래 성장 과제를 전면에 나서 챙겨온 만큼, 올해 연말 인사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단 라인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부사장은 롯데그룹의 사장단 회의인 VCM에 2023년 1월 처음으로 참석했으며 신동빈 회장의 뜻에 따라 주요 행사에 지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며 그룹 내 역할을 키워가고 있다.

오리온그룹에서는 담서원 경영지원팀 전무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1989년생인 담 전무는 2021년 7월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뒤 1년 5개월 만인 2022년 12월 상무로, 다시 2년 만인 2024년 12월 전무로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그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 오리온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그룹의 주력인 제과 사업의 국내외 시장 지배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하고 있어 향후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숫자'로 경영 능력 입증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2년 승진 후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창업주인 성기학 회장(78세)이 최근까지도 해외 출장을 수차례 다니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나 그룹의 살림은 성 부회장이 도맡고 있다. 성 부회장 체제 아래 영원무역은 지속해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이미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 올 3분기에는 미국 상호관세 등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업계는 그가 '회장' 직함을 달고 책임경영을 공식화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박영주 아성다이소 대표이사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임박했다. 박 부사장의 인사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2023년 9월 회사에 복귀한 이래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와 함께 다이소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약 3조968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가 주도한 뷰티 상품군 및 건강기능식품 도입, 온라인 강화 등이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