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1조 ESS 수주 2차전'…BMS가 승부 가른다
이달 말 정부 발주 앞두고 입찰 기준 공개…화재 관련 배점 대폭↑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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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1조원 규모의 ESS 발주 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가 수주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화재 대비 부문은 과거 보다 매우 중요해졌다. 지난 9월 국정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배터리 화재가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2025년도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화재·안전 설비 배점이 1차 때 22점에서 25점으로 상향됐다. 세부 배점을 보면 '화재 안전성' 점수가 1차 6점에서 2차 11점으로 크게 올랐다. 전반적으로 가격보다 비가격 점수 비중이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1차 때 가격 평가는 60%였지만 이번엔 50%로 낮아졌고, 대신 비가격 평가는 40%에서 50%로 높아졌다.
이번 ESS 2차 수주전에서는 가격보다 화재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1차 수주에서 삼성SDI는 가격 경쟁력과 국내 생산 비중이 높게 평가받아 전체 발주 물량의 76%를 차지했다. 나머지 24%는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했다.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게도 수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생산 비중 부문에서는 배터리 3사 평점이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올해 말부터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는데 완공 시기는 정부가 2차 발주 제품 납품을 요구하는 2027년이다. SK온도 14GWh 규모의 충남 서산 3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순차 가동한다. 배터리 3사 모두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고 생산 일정까지 수주전에 맞췄다.
2차 수주전에서는 배점이 크게 오른 화재 안전성 부문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SDI는 각형 삼원계(NCA)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ESS에 사용하고 있다.
삼성SDI는 1차전과 동일하게 각형 삼원계(NCA) 배터리를 앞세워 안전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1차전과 바뀐 전략은 없다. 화재 점수 비중이 커진 만큼 안전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각형 삼원계 배터리는 외관을 알루미늄 캔 타입으로 제작해 내구성이 높고 외부 충격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 배터리에도 벤트·퓨즈 등 설계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고 인접 배터리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No TP' 기술을 개발해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ESS 배터리는 외부 설치가 많은 만큼 열 전파 차단이 중요한데 삼성SDI는 'EDI(모듈 내장형 직분사)' 핵심 기술을 통해 이를 사전에 방지한다. 열이 발생하면 소화약제가 분사돼 온도를 즉시 낮추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LG엔솔은 세계 안전 인증 기관인 UL 솔루션의 'UL9540A'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별도의 복잡한 소화 설비 없이 외부 냉각수와 자연 환기만으로 열을 낮출 수 있다. 셀 폭주 개시 온도도 270도 수준으로, 삼원계 배터리 대비 약 60~90도 높아 화재 위험이 낮다.
SK온은 자체적으로 안전성 평가센터를 구축해 실험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위치한 센터가 국내 최대 규모"라며 "화재·충격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센터는 원스톱 솔루션 기능을 갖춰 ▲다양한 안전성 검증 시험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를 활용한 배터리 상태 및 발화 원인 분석 등 비파괴 검사 ▲배터리 해체 구조 분석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배터리 화재에 대해서도 사전·사후 대책을 마련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전 예방 기술로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기반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활용해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문제가 발생한 모듈만 선택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 사후 조치로는 열 차단막·냉각 플레이트 등을 적용한 '열확산 방지 솔루션'을 도입했다. 화재가 발생해도 '침지 시스템'을 통해 냉각수가 별도 밸브로 유입되며 소화 기능까지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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