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6년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이 잇따라 제시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코스피 상단이 5000~5500포인트까지 열려 있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 AI(인공지능) 투자 증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구조적 상승은 변함없으며, 조선·방산·기계·전력기기·AI 인프라 등으로 주도업종이 확산하는 흐름이 내년 시장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 초 대비 60% 상승했다. 코스닥은 26% 올랐다.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구호로 삼으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성과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자본 시장 선진화, 공정 시장 구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정부 정책을 통해 코스피 지수 5000을 달성하고, 주주 친화 정책(배당소득 분리 과세, 자사주 제도 보완 등)을 강화해 시장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증권가에선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코스피 지수 밴드 전망을 보면, KB증권은 2026년 코스피 목표치를 5000포인트로 제시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재고 재축적(Restocking) 사이클과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기업이익(EPS)과 밸류에이션(P/E)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에서도 EPS와 P/E가 동시에 상승한 시기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클이 구조적 강세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리스크나 긴축 재개 우려에 따른 일시적 조정은 강세장 내부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진단했다.


NH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더 높게 잡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가 최대 5500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에는 'Pause–Push–Pause'(멈춤-밀기-멈춤)의 흐름으로 정의하며 상반기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 전환으로 미국 시장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유동성 확대, AI 투자 증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을 근거로 2026년 코스피 예상 범위를 3900~5500포인트로 제시했다. 그는 AI 자본지출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추가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형주 중심 강세 속 중·소형주로의 확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증권가에선 조정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내년에는 대형주 중심의 강세가 유지되는 흐름 속 중·소형주로의 확산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주도업종은 내년에도 반도체가 시장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이 4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이익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최소 2년 이상 지속됐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내년 역시 대형 반도체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주도 업종인 반도체, IT(정보기술)하드웨어는 내년에도 좋은 실적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며 "상반기 주도 업종이던 산업재(조선, 기계, 상사 및 자본재)도 이미 확보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IT가전, 화학, 에너지, 철강의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도업종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주도업종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시스템 위기가 발생하고 지수 급락 이후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시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주도주의 '탄생–성장–소멸' 사이클을 제시하며 현재는 여전히 성장 구간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코스피 비중 확대 업종으로 반도체, 조선, 기계, 이차전지, 에너지, 방산, IT 하드웨어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높은 투자 여력과 가격 전 가격을 기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성장하는 기업들이 핵심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조선과 방산 업종이 재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항공 엔진 제조 기업인 GE 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서프라이즈, 한미 통상 협상, 동유럽 수출 기대감 등이 조선·방산 관련 업종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오션 등이 주목받고 있고, 이차전지 업종 역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수요 확대와 테슬라 실적 기대감으로 모멘텀이 재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혁신성장 테마로 '펀더멘탈'과 '성장성'을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했다. 전력기기·에너지·데이터센터·방산 등 실적 기반 업종에 더해, 우주·AR(증강현실)·스테이블코인 등 성장 테마가 중·소형주 중심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노스페이스, 쎄트렉아이, 사피엔반도체 등을 성장섹터에서 최선호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