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체감정평가 중단 요구 '1.1%' 불과… 이달 내 축소 계획 제출
5대 은행 자체 평가 70.2%… 오피스·골프장 등 법인 대출 영역에 집중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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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명 규모 회원을 보유한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대형은행들의 자체 감정평가 업무 중단을 요구하는 분쟁이 금융위원회에 의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최근 감정평가사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이 공동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달 내 최종 방안을 도출하도록 전달했다.
11일 금융위 등에 따르면 은행권은 이달 내 자체평가 축소와 담보가치 산정방식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까지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의 합의 원칙을 토대로 관계·유관기관 공동 개선방안을 마련,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TF(태스크포스) 출범을 공식화했고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장이 지난 10월22일 면담해 감정평가 산정방식 개선 원칙에 합의했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감정평가사협회가 참여한 TF의 합의 원칙에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제5조2항에 충실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감평업계 "본부 자체평가 1.1%만이라도 중단해야"
감정평가법 제5조2항은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자산 매입·매각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토교통부는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담보물을 평가하는 행위에 대해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금감원 은행감독국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을 포함한 1금융권의 자체평가는 건수 기준 70.2%를 차지해 29.8%만이 외부에 의뢰한다.
금감원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은 소액 감정 등 일부 예외 규정을 운영해 은행의 자체평가를 인정하는데 52.7% 수준이다. KB시세 등에 의한 평가가 13.6%, 공시지가 등에 의한 일반직원 평가가 2.8% 수준이다. 논란이 된 은행이 감정평가사 부서를 직접 운영하는 '전담부서 평가'는 1.1%로 가장 미미한 비율을 차지한다.
감정평가사업계가 업무 중단을 요구한 부분은 1.1%의 전담부서 평가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전문 자격사인 감정평가사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하는 '100건 중의 1건'에 대해서만 자체평가를 중단하라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는 국토부의 관리 감독 하에 있고 은행 평가사는 인사권 하에 있어 독립성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금리 부담' 주장 힘 잃어
은행권은 자체 감정평가를 축소 시 외부 감정평가법인 선임에 따른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이자 인상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1년 대법원은 은행이 감정평가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은행의 자체평가는 대형 오피스빌딩, 골프장 등 법인 대출의 영역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민 이자 부담'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세칙에 자체평가의 세부 기준이 없다 보니 임의 해석이 가능하다"며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이 감정평가 보수(수수료)를 이자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대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1위 KB국민은행의 연간 자체평가 보수는 협회 추산 약 55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조3989억원)의 1% 수준이며 전체 감정평가시장 매출은 연 1조원 규모다. 국민은행 등은 자체평가 업무를 단계별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TF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양측 의견 차이를 소통하고 조율하는 단계에 있다"면서 "협의는 원활히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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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