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논란이 된 환단고기를 두고 "상상력이 투영된 자기 만족적 사관"이라고 학문적 기준에서 명확히 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각) 유 관장이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고미술사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은 '환단고기'에 대해 상상력이 투영된 자기 만족적 사관이라며 학문적 기준에서 명확히 선을 그었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유 관장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고미술사 특별강연에서 "이 대통령이 환빠(환단고기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얘기를 했던 것은 환빠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 골치 아픈 환빠를 동북아재단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와 관련 "환빠 논쟁이라고 있다. 단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지 않느냐"며 "고대 역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데 증거가 없는 것은 역사가 아니냐. (중략)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물어 논란이 일었다.


학계에서는 이미 위서로 판단한 환단고기를 대통령이 공개 언급해 논란이 벌어지자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철 지난 환단고기 타령을 늘어놓았다" 혹은 "정통 역사학자를 가르치려 든다" 등과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도 그 환빠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고조선이 세계를 지배했는데 이렇게 (전시 배치를) 놓는 게 어디 있느냐고 잘못된 말을 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따라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역사로 증명이 안 되는 시기를 자기들의 민족적 열등의식을 상상력으로 자위하는 사관이 환빠인데 그걸 어떻게 다루겠느냐"며 "그러니까 대통령께서도 동북아재단이 그런 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던 것"이라고 전했다.

환단고기는 종교인이자 유사 역사학자인 이유립이 1979년에 출간한 책이다. 단군 이전에 환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했고 고대 한민족 영토는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에 걸쳐 있었다는 주장을 싣고 있다.


이유립은 이 책이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역사서 4권을 독립운동가 계연수가 1911년 저술한 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는 모순적 서술 등이 담긴 것을 근거로 이 책이 이유립에 의해 쓰인 위서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