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제3자 유상증자 미국이 요청"…영풍·MBK 논리 무색
19일 서울중앙지법서 고려아연 '신주발행가처분' 관련 심문기일 진행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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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배경을 두고 "미국의 요청이 있었다"며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6일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미국 국방부·상무부와 손잡고 크루시블 합작법인(JV) 설립을 결정했다. 총 11조원 규모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를 설립해 한미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에서는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이 진행됐다. 고려아연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투자는 미국이 일회성 투자가 아닌 주주가 되는 방식"이라며 미국 정부가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에 주주로 참여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미국 측 요청이라는 점을 고려아연이 밝히면서 사실상 영풍·MBK 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안보와 밀접한 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지난 10월 캐나다 광산 기업 트릴로지 메탈스가 미국 알래스카 광산 개발에 나설 당시 미 국방부는 지분 10%를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도 미 국방부는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희토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시장 가격의 2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4억 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인수했다. 통상적인 안보 사업 방식인 셈이다.
영풍과 MBK 측은 미국 정부와 기업이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지분 구조가 변동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영풍·MBK 연합 지분은 44%에서 40% 이하로 최윤범 회장 우군 측 지분은 32%에서 29%로 각각 희석된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려아연으로서는 미국 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중요하다. 미 정부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약 2조90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해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는 신주 납입일인 오는 26일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지연은 불가피하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핵심 광물 공급망 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풍과 MBK 측이 가처분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안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이번 고려아연 제련소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지연은 한미 안보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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