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공정위… 통합 대한항공, 막판 잡음에 '진땀'
마일리지 '2차 통합안' 반려… 좌석 줄이기로 64억원 이행강제금도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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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마일리지 통합안과 좌석 공급 비율 등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조하는 가운데 통합 항공사 출범을 염두한 경고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에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좌석 및 좌석 승급 서비스 공급 관리 방안' 등을 보완해 1개월 이내 재보고 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6월에도 마일리지 사용처와 통합 비율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며 통합안 초안을 반려한 바 있다.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가치를 10년간 유지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보완 명령은 마일리지 중 소멸하는 부분이 많아 소비자들이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때 탑승 마일리지를 1대 1로 적용하는 전환 비율은 문제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마일리지 통합방안이 전국민적 관심 사항인 만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 요청 사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같은 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부과된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총 64억8000만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했다. 회사별로는 대한항공이 58억8000만원, 아시아나항공이 5억8000만원을 각각 부담하게 됐다. 이행강제금은 기업결합 과정에서 부과된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려지는 금전 제재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 승인 당시 공정위는 국제선 공급 좌석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공급한 좌석 수는 2019년 동일 기간 대비 69.5%에 그쳤다. 축소 금지 기준인 90%보다 20.5%p 낮은 수준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체제에서 통합 대한항공을 향한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꾸준히 비판해온 주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소비자 권익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소비자 권익 보호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공정위의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탑승 마일리지 1대1 비율을 포함한 2차 통합안이 연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마저도 반려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시점인 2027년까지 공정위의 고강도 조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8월 '좌석 평균 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 시정조치를 위반해 역대 최대 규모인 이행강제금 121억원을 부과받았다. 이후 쿠폰 지급 등 총 31억원 규모의 소비자 보상책을 약속했다. 현재까지 통합 대한항공의 시정조치 위반 누적 부담액은 217억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규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좌석 공급 유지 의무'로 최근 수요가 감소한 괌 노선에서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며 탑승권 가격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 10월부터, 티웨이항공은 이달부터 괌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윤철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 항공사의 가장 큰 경쟁자는 외항사들"이라며 "합병 승인 당시와 현재의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공정위는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항공사를 넘어 항공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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