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1년, 진상규명·둔덕 제거 '하세월'
항철위 독립성 논란에 사고 조사 지연… 콘크리트 둔덕, 연내 교체 불발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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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1주기를 맞았지만 진상 규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연내 완료를 약속한 콘크리트 둔덕 제거 작업도 더딘 상황이다. 국내 공항 안전을 총괄해야 할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 역시 공석인 가운데 항공안전청 등 별도 전문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참사 1주기 광주·전남 추모대회를 열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경찰과 항철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금 국정조사만이 이 책임을 가르는 마지막 제도적 기회"라며 "1년 동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참사(진상규명)의 출발점은 전면적 자료공개"라고 말했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항철위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독립성 논란이 일면서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항철위가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운영되는 구조상 '셀프 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탓이다.
항철위를 국무총리실 소속 독립 기구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를 골자로 한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조직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자료 이관부터 체계 재정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제거 역시 갈 길이 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전국 7개 공항의 방위각시설 9곳을 연내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사가 완료된 곳은 포항경주공항 1곳과 광주공항 1곳, 김해공항 2개 중 1곳, 사천공항 2개 중 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1일 공사가 마무리되는 여수공항을 포함해도 연내 교체가 완료되는 시설은 총 5곳에 불과하다.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의 나머지 1개 시설은 내년 2월 중 개선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공항은 내년 8월 착공해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안공항은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착공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은 올해 안전 강화에 집중했다. 제주항공은 신규기 B737-8 6대를 도입해 여객기 평균 기령을 지난해 14년에서 올해 12.9년으로 낮췄다. 티웨이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인근 부지에 자체 항공기 정비 격납고를 구축 중이며 이스타항공은 최근 김포국제공항에 1700평 규모의 통합 정비 센터를 신설했다.
항공사들이 자체 안전 투자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를 둘러싼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 공항 안전을 총괄하는 조직의 수장이 2년째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1일 이정기 전 사장직무대행(부사장)이 사임하면서 현재 박재희 전략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사장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항공안전청과 같은 독립적인 전담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36개 이사국 중 32개국은 항공안전청에 준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국토부가 사고 이후 구성한 심의·자문 기구인 '항공안전 혁신위원회' 역시 별도의 항공 안전 전담 조직 설립을 권고한 바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철위의 소속 때문에 조사 자체는 국토부 주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책임 소재 등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조사 주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항공안전청과 같은 기구를 많이 운영하는 만큼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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