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전시 '움직임의 유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미국 진출 40주년을 앞둔 현대자동차가 북미 시장에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986년 엑셀 수출로 시작해 저가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과거를 딛고 이제는 글로벌 안전·품질 지표를 석권하며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브랜드'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잔혹사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출 초기 가성비를 무기로 반짝 흥행에 성공했으나 정비망 부재와 품질 논란으로 브랜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하는 고초를 겪었다.

반전의 계기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이었다. 1999년 업계 파격이었던 '10년·10만 마일' 보증수리 제도를 전격 도입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집념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IIHS 충돌 평가에서 최다 차종(21개)이 선정되며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J.D.파워의 2025 신차품질조사(IQS)에서도 글로벌 17개 그룹사 중 1위를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경영 리더십에 대한 현지의 평가도 최고조다.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현대가(家) 3대(정주영·정몽구·정의선)를 나란히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다. 창업주의 고객 중심 철학과 명예회장의 품질 신념이 정의선 회장의 혁신 리더십으로 계승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11월 미국 누적 판매량은 약 89만6000대로 3년 연속 역대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을 통해 유연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미래를 향한 투자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준공한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필두로 연 120만대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물류·철강·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총 21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과제는 여전하다. 한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잔존하는 15% 관세 장벽과 테슬라·중국 업체의 파상공세,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변수다. 현대차는 이를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