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0개 구단이 경력직 외국인 선수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과거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플렉센과 요나단 페라자, 라울 알칸타라(왼쪽부터). /사진=뉴스1


KBO리그 10개 구단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26시즌을 준비하는 10개 구단은 비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구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2026시즌부터 아시아 쿼터가 도입되면서 기존 30명에서 40명으로 대폭 늘어나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선수 수급에 나섰다.


현상황에서 10구단은 모두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다소 놀라운 점은 외국인 선수 40명 중 17명이 과거 KBO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아시아 쿼터 선수 10명을 제외한 30명 중에서는 16명이 경력직이다.

키움과 재계약에 성공한 라울 알칸타라는 10개 구단이 왜 경력직을 선호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2019~2020년, 2023년 두산에서 활약한 알칸타라는 KBO 통산 46승을 적립한 베테랑이다. 그만큼 빠르게 적응했고 19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ERA) 3.27로 맹활약했다.
LG트윈스가 국내 무대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 네 명과 계약했다. 전원사진은 LG와 재계약에 성공한 오스틴 딘과 요니 치리노스, 앤더슨 톨허스트(왼쪽부터). /사진=LG트윈스 제공


'디펜딩 챔피언' LG트윈스는 오스틴 딘과 요니 치리노스, 앤더슨 톨허스트로 이어지는 3인방과 재계약을 마쳤다. 심지어 아시아 쿼터도 과거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라클란 웰스(호주)로 채웠다. 덕분에 10개 팀 중 유일하게 네 명 전원이 KBO리그 경력직이다.


잭 로그와 재계약을 마친 두산 베어스는 무려 6시즌 전 함께했던 크리스 플렉센을 재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플렉센은 2020시즌 한 시즌 동안 21경기 8승 4패 ERA 3.01로 맹활약했다.

SSG랜더스도 미치 화이트,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특히 에레디아의 경우 교체도 검토했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의 경험을 높게 평가해 재신임을 결정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아리엘 후라도와 르윈 디아즈, KIA타이거즈는 애덤 올러와 제임스 네일, NC다이노스는 라일리 톰슨과 맷 데이비스와 재계약에 성공하며 두 명의 경력직을 지켜냈다.

빅터 레이예스를 지킨 롯데 자이언츠는 KBO리그 경력은 없지만 아시아 야구에 경험이 있는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로 로스터를 꾸렸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 등에서 활약해 경험이 풍부하다.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 전원을 교체한 팀은 한화 이글스와 KT위즈 뿐이다.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메이저리그(ML) 구단에 뺏긴 한화 이글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두 교체했다. 이중 요나단 페라자는 2024시즌 한 시즌을 국내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다.
KT위즈가 경력직 외국인 선수 대신 아시아 야구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로 로스터를 구성했다. 사진은 KT에서 활약한 멜 로하스 주니어(왼쪽)와 윌리엄 쿠에바스. /사진=뉴스1


경력직 외국인 선수를 선호했던 KT는 세 명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지난 시즌 KT는 외국인 선수 전원(멜 로하스 주니어, 윌리엄 쿠에바스, 엠마누엘 헤이수스)을 경력직으로 꾸렸다. 특히 로하스와 쿠에바스는 각각 7시즌을 KT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충분한 기회를 받았음에도 끝내 부활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중 전원 교체됐다. 대체자로 들어온 패트릭 머피와 앤드루 스티븐슨도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KT는 6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KT는 9개 구단과 달리 빅리그 출신 유망주 맷 사우어와 케일럽 보쉴리, 샘 힐리어드를 영입했다. 10구단 중 유일하게 아시아 무대 경험이 전무한 외국인 선수 구성이다.

10개 구단의 경력직 선호는 지난 시즌의 실패에서부터 비롯됐다. 실제로 빅리그에서 이름 꽤 날렸던 패트릭 위즈덤(전 KIA)과 콜 어빈(전 두산), 빈즈 벨라스케즈(전 롯데), 에스테 반 플로리얼(전 한화) 등은 국내 무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