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일자리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AI 활용 여부에 따라 고용 안정성·소득 여건 등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챗GPT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산업 전반의 효율성이 제고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AI로 대체 가능한 노동자들이 실업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일자리는 감소하는 반면에 AI가 대신할 수 없거나 AI에 능숙한 인력에 부가 집중될 수 있어서다. AI 시대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면 개인의 AI 활용·전환 능력을 높이는 한편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단 분석도 나온다.


'AI 대부'로 불리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AI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일자리 대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미국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 인터뷰를 통해 "AI가 더욱 좋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AI는) 이미 콜센터 등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직업을 대체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힌턴 교수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작년 미국에선 AI를 이유로 해고된 경우가 약 5만5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영 효율화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 특성상 AI가 대체 가능한 영역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버라이즌·타겟·UPS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최근 수개월 사이 사무직 인력을 줄였다. 화이트칼라 업무 특성상 정형화·수치화 가능한 업무를 다루는 만큼 AI에 의한 대체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은행권 고객서비스상담(CS) 업무에 AI가 도입된 이래 콜센터 인원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하나·우리·신한·NH농협·KB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대 은행에서 1만1955명의 콜센터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유망 직군'으로 꼽혀온 고소득 전문직도 위기다. 한국은행이 직업별·소득별 정보를 활용해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고소득·고학력 직업이 밀접한 전문직일수록 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AI 대체 가능성이 큰 직종은 ▲의사·한의사(99%) ▲수의사(85%) ▲회계사(81%) ▲판·검·변호사(79%) ▲간호사(78%) 등의 순이다. AI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면서 지식 노동에 대한 대체 여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고소득 전문직보다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진학사 취업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들은 연봉 3000만원의 화이트칼라 직군보다 7000만원을 받는 블루칼라 직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이유로 ▲기술적으로 해고 위험이 낮다는 점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 등이 꼽혔다.


물론 블루칼라 직종도 AI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화이트칼라 직종 대비 AI 영향을 덜 받는 듯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AI가 블루칼라 일자리까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26일 서울 강서구 마곡 서울창업허브엠플러스에서 열린 2025 강서구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AI 역량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직종 자체로 소득과 고용 안정성이 결정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각자가 종사하는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 가능한 영역인지, 나아가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AI 전환에 대응 가능한 인력은 AI와의 협력을 통해 고도화된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얻게 되고, 반대의 경우는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에 시달리는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같은 직종에 있는 근로자라도 AI의 활용 능력에 따라 성과 창출 능력 또는 승진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막기 위해선 적절한 교육과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된다. 특히 보편적인 수준에 맞는 AI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교수는 "전문적인 지식보단 AI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관련 AI 교육을 주도하는 민간 기관과 국가가 협력해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AI는 본질적으로 자동화 기술이라 여러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된다"며 "산업마다 AI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현업 간 소통을 통해 상황별로 요구되는 노하우를 얻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AI 전환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는 지원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 교육·훈련 보조금, AI로 직무 전환이 필요한 근로자 대상의 생활 안정 지원금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