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자체 감정평가를 조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달 내 관계기관 최종 합의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합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감정평가업계가 은행권의 자체 감정평가 업무를 단계별로 축소하는 내용에 대해 연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체 감정평가 조정안을 도출, 이달 내 관계기관의 최종 합의를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주요 은행들이 개선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31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의 자체 담보가치 산정방식 개선방안' 회의는 양측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 그리고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은 부행장이 출석했고 국민은행은 실무진이 대참했다.


이번 회의는 관계기관 공동 개선방안을 대면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은행권은 자체 감정평가 축소 계획의 세부 조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과 자체 감정평가 업무를 단계별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식 이행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위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에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의 공동 개선방안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

국민은행 부행장 불출석… 세부 이행계획 미제출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은행권 자체 감정평가' 관련 회의에서 은행권은 세부 업무 조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전경. /사진=이화랑 기자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장은 지난 10월 면담에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제5조2항 이행 ▲은행권과 감정평가업계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에 합의했다.


감정평가법 제5조2항은 금융기관이 대출과 자산 매입·매각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외부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하도록 규정한다. 은행권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고액 부동산 등의 담보물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국민은행은 합의 원칙과 국토교통부의 해당 행위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에 반대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담보물 평가는 위법 행위가 아니며 감정평가업계가 부실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외부 감정평가의 적정성 판단과 자체 담보가치 산정의 필요가 있다"며 "다만 감정평가사협회는 이러한 내부 검증을 감정평가 행위로 보는 것 같다. 은행권은 부실·과대 감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이 요구한 사항을 폭넓게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국토부나 금융위 등 외부 기관의 심사를 받고 의견을 반영한 품질관리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감정평가법의 충실한 이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에 감정평가사 직접 고용과 업무 축소 계획 등을 다음 달 회의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양측이 잘 협의하도록 중재해 빠른 결론을 낼 것"이라며 "은행권의 우려 해소를 전제로 자체평가를 축소해 나가자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