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법정 출석을 위해 뉴욕 맨해튼에 도착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이 주도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회사들을 투입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훼손된 석유 기반 시설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6일 블룸버그 등 해외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을 18개월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유가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JP모건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개입과 관련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세력 균형을 재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OPEC(석유수출국기구) 중심의 원유 패권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축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가 재건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세 가지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제재와 열악한 산업 환경으로 유전 개발 등 석유 산업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해 왔다. 미국 기업이 개입해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며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저유가 환경에서 석화 제품을 생산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그동안 중국에 원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왔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서 중국은 사실상 유일한 판매처였다. 중국은 2006년 베네수엘라에 대출을 제공한 뒤 이를 원유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확보해 왔다. 장기간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수입하며 초중질유 처리용 정유 설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베네수엘라 독점 저가 원유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중국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중국과의 석화 제품 경쟁에서 국내 기업 입지가 확대될 수 있는 이유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수입 가능성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내 4대 정유사인 GS칼텍스·S-OIL(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SK이노베이션은 RFCC(중질유 분해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점도가 높고 황 함량이 많은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 대비 수송 거리가 길어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릴 경우 중동 지역 공급 과잉을 유도해 한국의 원유 수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적으로는 석유화학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18개월 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인프라를 재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모달디 에너지 정책 국장도 베네수엘라 1970년대 수준인 일일 산유량 400만 배럴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10년간 매년 100억달러(약 14조 4450억 원) 투입해야 한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