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의 연대보증 의혹을 계기로 업권 전체에 긴장감이 감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대보증 논란으로 업계 전반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이 단순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PF 영업구조와 관행 전반을 살핀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 부동산PF와 관련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혐의점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점검이 단순 리스크 관리를 넘어 구조 전체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메리츠증권의 금소법 위반 혐의점에 대해 본격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검사 및 제재를 진행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연대보증 의혹이 불거졌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메리츠가 대주단으로 참여한 PF 사업에서 연체 가능성을 이유로 선이자를 수취하고 하도급 업체에 연대보증을 요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금소법은 PF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제3자에 대한 연대보증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강 의원은 "하도급 업체는 PF 사업의 이익을 나누는 주체가 아니므로 연대보증 요구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과거 2016년에도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 대해 PF 대출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 우려가 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사안은 당시의 과도한 선이자·수수료 구조의 반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연대보증은 당사가 아닌 신탁사가 요청한 것"이라며 "해당 하도급 업체의 손해배상 의무를 면책하기 위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이찬진 금감원장. /사진=뉴스1
업계에서는 이번 점검이 메리츠증권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에 대해 긴장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TF'를 신설하고 상품 출시·판매 단계까지 점검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PF 등 고위험 여신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보호 기능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선이자 수취, 브릿지 대환, SPC 보증 등 증권사 PF 영업도 점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구조 전체와 판매 과정까지 세부적으로 뜯어보는 점검이 본격화될 경우 업권 전반의 위축과 투자심리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브릿지론 중심 사업구조로 손실률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집중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 충당금률은 33%로 대형사(13%)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이미 브릿지론 중심의 사업 구조로 손실률이 높은 가운데 금감원이 판매행위 적정성까지 들여다보면 충당금 부담과 자금 경색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부동산PF 건전성 개선을 위해 사업 자기자본비율을 3%→ 20%로 상향하는 등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요건이 강화될수록 영세 시행사의 사업 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점검이 단기적으로는 자금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관행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실 익스포져의 빠른 현실화와 표면화는 PF 구조조정 과정에 있어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PF라는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